매일신문

전·현직 시장 갈등…문경 지역민 '등 터진다'

공무원들 판결 기다리며 '복지부동'

문경이 전·현직 시장 간에 계속된 4년 동안의 첨예한 갈등으로 지역사회 편가르기, 공무원 눈치보기 등 혼란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폭풍 전야의 문경"=문경은 요즘 신현국 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혐의 기소 여부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 만약 신 시장이 기소된다면 문경은 또 한차례 '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신 시장은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박인원 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발돼 있다. "박 전 시장이 재임 시절 하루 판공비를 100만 원씩 사용했다."고 방송 토론과 유세에서 한 말이 발단이었다.

만약 신 시장이 기소돼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지 못한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최저 벌금형이 500만 원이어서 당선 무효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청 안팎의 판단이다.

이럴 경우 지역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두 부류로 나눠져 갈등이 심한 상황인데 다시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것이다.

◆시장 선거가 갈등의 뿌리=지난 2002년 시장선거에서 한나라당 신 시장과 무소속 박 전 시장이 처음으로 맞붙었다. 선거 결과는 1천300여 표를 앞선 박 전 시장의 당선.

하지만 양쪽의 감정은 크게 상해 있었다. 박 전 시장 측은 "김학문 당시 시장이 신 시장 측을 지원했다."며 관권 개입을 주장했고 신 시장 측은 "금권선거였다."고 주장하며 법적 공방을 벌였다.

재임기간에도 박 전 시장은 "신 시장 측이 시정에 대한 감사청구와 진정, 고소, 고발 등을 수십 건 제기해 2년 동안 검찰과 법원을 오갔다. 심지어 내 개인 사업체를 관계당국에 고발해 임원이 구속될 뻔했다."며 신 시장을 비난했다.

반면 신 시장은 "박 전 시장 측근 인사의 지시로 시 공무원이 내 뒤를 밟는 파파라치 행각을 벌였다. 몇몇 행사장에서 사진이 찍혀 사전운동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고 되받아쳤다.

두 번째로 맞붙은 지난 5·31 선거에서 신 시장이 1만3천여 표 차로 승리했으나 양 측은 서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사회 "힘들고 곤란해"=전·현직 시장이 이처럼 '생사를 건 싸움'을 계속하면서 지역민들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현재 문경 지역사회는 재력가인 박 전 시장과 공무원 출신인 신 시장 측에 계층·직업별로 편이 갈리면서 이분화됐다는 평가다.

경제인들은 전·현직 시장 간 불편한 관계로 인·허가 등 사업에 엄청난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부 시 공무원들은 수개월째 일손을 놓은 상태다. '보은'과 '보복' 인사가 되풀이되면서 신 시장의 당선무효 상황에 대비해 벌써부터 복지부동과 줄서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철로자전거 민간 투자나 차이나타운 유치 등 시의 현안 사업들 중에는 사실상 진행이 중단된 게 적지 않다.

한마디로 '쇠락해가는 집안 분위기'라는 것. 인구는 16만 명에서 7만8천 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내 부동산 시세도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문경이 지난 1994년 폐광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경제 파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인사들은 이미 시장 재선거를 대비해 물밑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문경출신 시장 후보를 영입하겠다."는 움직임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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