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인근 지역의 아파트 개발에 떠밀려 내팽겨쳐지고 있다.
이는 문화재 인근 200m 이내의 모든 신축 건축물은 '문화재 영향 검토'가 의무화 돼있지만 인근에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 자치단체도 개발논리에만 얽매여 문화유산의 보존가치를 너무 소홀히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다.
대구 중구 대신동 계성학교 핸더슨관은 지난 2003년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곳과 2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최고 31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시공사는 아파트 건립 계획 당시는 물론 지난 3년동안 문화재 영향 검토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대구시와 중구청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시 건축과가 아파트 사업승인 심의과정에서 문화재 관리부서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돼 문제 제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역시 대구시 유형문화재인 대구 중구 대봉동 대구상업학교 본관 건물은 현재 아파트 신축공사장 관리사무소로 쓰이고 있다. 한 문화재 심의위원은 "아파트 건물과 대구상업학교 본관은 단 3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뒤 본관 건물은 아파트 공사에 따른 영향으로 비가 새고 건물 균열도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구 남산 3동 성 바오로 수녀원 내에 위치한 성 바오로 성당(유형문화재)과 코미넷관(문화재자료)도 인근지역에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허가됐거나 개발될 예정이어서 아파트 숲에 갇힌 외딴 섬으로 남게될 전망이다.
대구 중구 동산동 제일교회 앞의 이팝나무는 수령이 200년이나 돼 대구시가 보호·관리하고 있는 보호수인데다 음악가 현제명의 계성학교 재학시절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현제명 나무'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공사장 목재와 함께 그대로 방치돼 있는 형편이다.
정병모 경주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시민들에게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줘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며 "문화재 보호는 의식 전환이 먼저인만큼 문화재 보호 법률 강화와 함께 시민 의식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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