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긴듯했던 바둑을 자충수 때문에 그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정치판에서도 이와 흡사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그랬다.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킨게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지만 이것이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었다.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이 불거지면서 '도덕적' 이미지에 대한 여론의 열광 만큼이나 실망도 커져 선두를 달렸던 지지도가 하루 아침에 급락해버렸던 것. 만약 그가 이같은 이미지에만 매달리지 않고 신축성을 보였더라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예비 후보들은 어떤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경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맹비난하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2002년 방북 때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방문했을 것이란 설이 나돌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몰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한 언론에 게재됐다며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모란봉과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 관광길에 나섰다." 고 돼 있다. 자칫 역풍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 박 전 대표는 전면 부인하지만 이 의혹을 명쾌히 잠재우지 못할 경우 대선 가도에 큰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 경부 및 호남 운하 개발구상을 제시, 한껏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이 구상은 이미 정부의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여기에다 환경단체 반발 등을 감안,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가면 역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거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론이 공약화 됐던 게 대선 막바지였던 것과는 달리 이 전 시장의 운하개발 구상은 1년 이상 앞두고 나와 반대론자들이 집중 공격을 준비할 시간도 더 많다. 이와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를 놓고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맞서 어느 한 쪽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두사람 중 누가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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