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태(黃秉泰·71) 전 대구한의대 총장. 지난 7월 4년 임기의 대구한의대 총장에서 물러난 그는 요즘 서울 논현동 사무실로 출근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부인 김문화(71)씨와 함께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퇴임 후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대구에서 지낼 때는 외식을 주로 했지만 요즘은 따뜻한 밥을 먹고 다닌다."며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최근에는 성남아트홀에서 부인과 함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함께 관람했다는 그는 함께 영화 관람도 자주한다고 했다. 또 인근 양재천을 부인과 함께 산책하는 것도 황 전 총장의 중요한 일과. 금실이 좋은 것 같다고 하자 "나쁘지는 않죠."라고 말했다.
또 결혼한 아들이 인근에 살고 있어 가족끼리 자주 외식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황 전 총장은 나이에 비해 젊어보였다. 술, 담배를 거의하지 않고 하루에 1시간 이상 꼭 운동을 한다고 했다. 또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인 것도 기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퇴임한 후에도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공무원, 연구원, 대학교수, 정치인, 외교관, 대학총장 등을 지낸 만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그는 지인도 폭넓게 분포돼 있다.
7년 전에 주도적으로 만든 화요포럼에는 꼭 참석한다고 했다. 당시 고 김윤환 전 국회의원, 김용환 전 국회의원, 박권상 전 KBS 사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함께 만든 화요포럼은 사회 저명인사들끼리 시국에 대해 대화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친목 모임이다.
주도적으로 만든 탓에 애착도 남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화요포럼을 함께 만들었던 고 김윤환 전 국회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뛰어난 정치 감각을 지녔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깊고 넓다고 했다. 그는 "허주가 있었으면 한국 정치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가 고인이 됐을 때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또 문경 출신으로 독립운동가이자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였던 박열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으로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잡지 탐독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홍콩의 아주주간(亞洲週刊), 일본의 문예춘추(文藝春秋), 영국의 The Economist, 미국의 TIME 등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몇권의 사전이 놓여 있었다. 사전을 찾으면서 외국 잡지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중수교 15주년을 기념해 양국 명사들의 친선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 장백발 전 북경시장과 위빈 전 중국대사 등이 그와 이한동 전 국회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주중대사를 거친 황 전 총장은 "주중대사로 갔을 때에 비해 현재의 중국은 천지개벽했다."고 말했다.
황 전 총장은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 말했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규율하는 시대가 아닌 시민 자치시대에 걸맞은 정치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정부는 간섭을 줄이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규율보다는 자율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헌법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합치는 대동(大同)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패거리 문화, 배타적인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경북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재의 대구·경북 틀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일제시대 통치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했다.
"이를테면 대구, 경북, 울산, 강원 등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들고 부산, 목포 등도 합쳐 큰 행정구역으로 만들어 대형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지역감정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육, 경찰, 조세 등도 모두 지방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것. 일제시대의 낡은 유산인 현재의 행정구역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 황 전 총장의 소신이었다.
요즘도 한달에 한, 두 번은 대구를 방문한다고 했다. 특강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지난 50년 앞으로 50년'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대구경북통합추진위원회포럼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행정구역의 개편에 앞서 대구경북이 통합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시대에 맞는 비전을 가진 새 대통령이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참여는 하지 않고 뒤에서 조언하는 원로로 남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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