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골재채취의 가장 큰 피해자는 '흰수마자'라는 작은 물고기다. '흰수마자'는 Gobiobotia nakdongensis(앞 단어는 속명, 뒷단어는 종명)라는 학명에서 볼 수 있듯 낙동강을 주무대로 살고 있는 한국 고유종이다.
새끼 손가락만한 이 물고기는 한때 금강, 임진강 등에도 나타났지만 현재는 낙동강에서만 일부 발견되는 등 멸종위기(특정보호어종)를 맞고 있다. 4쌍의 희고 긴, 아름다운 수염을 갖고 있는 흰수마자는 바닥에 깊이 모래가 깔려있고 물살이 빠른 여울에서 서식하고 있다.
문제는 골재채취 작업장들이 흰수마자 서식지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이다. 특히 흰수마자가 낙동강 중상류인 안동댐부터 중류인 왜관 지역까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데 이 지역에만 무려 10개가량의 골재채취장이 가동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골재채취 과정에서 흰수마자가 무더기로 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프를 강 바닥에 박아놓고 모터로 모래, 자갈을 그대로 빨아들여 분리·채취하는 작업 공정으로 인해 흰수마자가 알게 모르게 잡혀 올라올 수밖에 없다. 흰수마자는 주위에 기척을 느끼면 곧바로 모래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자취를 감추는 특징을 갖고 있어 골재채취장의 희생물이 되기 십상이다.
흰수마자가 낙동강에만 사는 이유도 우리나라에서 모래여울이 가장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모래여울을 찾을 수 없는 금강에서는 흰수마자가 자취를 감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낙동강은 흰수마자에게 마지막 남은 낙원일지 모른다.
지금처럼 골재채취가 계속된다면 흰수마자가 멸종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제 강점기시대 일본인 모리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후 100년이 다 되도록 산란과정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는데 얼마후면 사라질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강영훈(원화여중 교사·어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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