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황금동 A아파트 대로변. 이 도로에서 가까운 아파트 안팎에는 6개의 조각품이 숨어 있다. '관계와 나눔의 미학, 하늘사랑 2006', '미완의 공백, 사과', '순환 꿈으로의 여행 2006' 등 고상한 제목을 가진 것들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아파트건설업체들이 주문 제작한 유명 작가 작품들로 작품 설치비도 최고 1억 5천700만 원에서 최저 3천800만 원까지 6억여 원이나 들어갔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은 연면적 1만㎡ 이상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신·증축할 때는 의무적으로 건축 비용의 1%를 회화·조각 등 미술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작품을 의무 설치한 곳은 모두 37곳 42점으로 중구 메트로센터, 동구 KT사옥, 달서구 용산법조타운, 달성군청사, 지하철2호선 두류역 등 5곳을 제외한 32곳 37점이 아파트다.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미술장식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문예진흥법 문제도 있지만 대구시 미술장식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준공 검사를 아예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의 경우 이 심의에서 부결돼 준공검사가 연기되기도 했다.
심의 기준도 까다로운 편. 지난 31일 열린 대구시 미술장식 심의에 상정된 11건 중 신규는 4건뿐이고, 나머지 7건은 9월 심의에서 작품성과 예술성 등 기준 미달로 부결됐던 것들이다.
대구시는 이 같은 의무 설치가 도시 미관 개선과 문예 진흥에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 반발도 만만찮다. 국가 청렴위는 10월 초 "건축물 미술작품 선정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가고 브로커가 개입해 도심 흉물만 양산된다는 건축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문화관광부에 심사 과정 개선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폐지를 요청한 바 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정재명 씨는 "문화부는 대형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작품들을 인터넷상에 데이터베이스화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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