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메일·메시지에 밀려 '우표가 사라진다'

며칠전, 고교 졸업 뒤 처음으로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던 이수경(23·수성구 파동) 씨. 우표를 사러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았지만 끝내 우표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옛날 기억을 따라 찾았던 동네 문구점, 약국, 슈퍼에서는 이제 우표를 팔지 않았던 것. 이 씨는 "114에 전화를 걸어 가장 가까운 우체국을 물어 직접 찾아갔다."며 "우표 사기가 이렇게 힘들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우표가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등 디지털 통신 문화가 아날로그시대의 편지 향수를 밀어내고 있는 것.

경북체신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구·경북 우표 및 엽서 판매 장수와 금액은 3천833만여 장, 115억여 원. 2004년 4천681만여 장, 126억여 원에 비해 1년 만에 800만 장, 11억 원 정도 줄었다. 신고제의 우표판매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올해 7월 말 현재 대구·경북 우표판매소는 2천340곳으로 2002년 3천866곳에 비해 1천500곳 넘게 줄어들었다.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도 우표 파는 곳을 찾지 못해 대구·경북 408개 우체국이나 76개 우편물취급소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우표 판매량이 줄면서 우표 값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표를 검색하면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써 우표 값을 모르겠다."며 "우표 값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봇물을 이룰 정도.

우표 값(보통우표 기준)은 지난 1일, 만 2년 만에 30원이 올라 장당 250원이다. 1997년 9월 1일 170원, 2002년 1월 15일 190원, 2004년 11월 1일 220원에서 10년 만에 80원이 오른 것. 97년 장당 140원이었던 엽서도 2002년 160원, 2004년 190원에서 역시 1일부터 250원으로 올랐다.

한편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만은 아날로그 편지를 고집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매년 12~1월에는 우편물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의 경우 대구·경북 일반우편물 접수 물량은 각각 1천714만 통과 1천651만 통으로 다른 달보다 300만~400만 통이나 더 많았다.

이영임 경북체신청 우편영업 담당은 "기업, 각종 단체 등의 대량 우편물은 늘고 있는 추세지만 개인 우편물은 크게 줄어 전체 우편물량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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