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 이기자. 이기자."
우렁찬 함성과 함께 헬멧과 헬멧이 부딪치는 둔탁한 파열음이 가을 하늘을 가른다. 공격선수들은 상대팀의 수비선수들에게 가로막혀 연방 넘어진다. 장벽을 뚫으려는 공격팀과 막으려는 수비팀의 공방이 치열하다.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유니폼은 어느새 흙투성이로 변했고 선수들의 몸은 땀범벅이 됐다. 헬멧 속에서는 거친 숨이 연방 새어나온다.
지난 5일 오후 대구가톨릭대 운동장. 한국사회인 미식축구리그인 제1회 광개토볼 예선 A조 리그전. 대구·경북연고팀인 할래스와 센토스의 경기 현장은 상대방의 거친 태클을 뿌리치고 전진해야만 하는 전쟁터였다. 전진하지 않으면 밀리고 패배한다. 한 선수가 쓰러졌다. 발목을 다친 듯했다. 하지만 전투는 계속됐다.
▶미식축구는 중독성이 있다
신체적 접촉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하다. 게임이 격렬하다 보니 한 팀당 2, 3명은 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으로 수술해야 한다. 갈빗대가 부러지는 것은 부상도 아니다. 이들에게 부상은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자 '훈장'이다. 부상을 당해도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장비 등 모든 경비가 본인 부담이고 훈련은 고되기만 하다. 입장료도 무료이지만 관중들도 거의 없다. 한 게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한 팀당 관광버스 대절, 식사비 등 200만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선수들이 각자 갹출한다. 선수들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자조한다.
▶그들은 왜 미식축구를 하는가
하지만 선수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즐겁다. 미식축구의 매력은 과학적이라는 것. 팀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하고 작전 전략도 다양하다. 모든 스포츠의 장점을 취한 것도 매력적이다. 4쿼터라는 점에서 농구를 비슷하고 4번의 공격기회가 주어지는 점은 야구와 동일하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것은 레슬링과도 닮았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거친 플레이를 통해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그 때문인지 선수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누가 미식축구를 하나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한 회사원이 가장 많고 교사, 자영업자 등도 있다. 그들은 동호회 겸 엘리트 체육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외국인 선수는 대구경북 3팀 모두 합쳐 15명으로 영어학원 강사, 미군부대 군무원 등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신경창(40) 씨는 "한 달에 두 번 주말마다 연습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미식축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박재식(42) 한국플래그풋볼연맹 회장은 "미식축구는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힘들지만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스포츠"라면서도 "미식축구를 하기 원하는 직장인은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식축구에 미친 사람들
의사인 정석현(41) 피닉스 감독은 한마디로 미식축구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최근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냈다. 제3회 월드컵 챔피언십 미식축구 준비를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월드컵 챔피언십 미식축구는 축구의 월드컵처럼 4년마다 개최되며, 내년에는 일본에서 열린다. 지역에서는 2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정석현 씨는 "대학 1학년 때 AFKN 방송을 보다가 미식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서 "경기 준비를 위해 장기간 회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미식축구의 메카는 대구·경북이다
광개토볼은 11회 개최 이력을 가진 사회인 미식축구리그가 올해부터 새로 붙인 이름이다. 참가팀은 바이킹스, 캡스, 할래스, 피닉스, 센토스, 그리폰즈 등 6개팀이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연고팀은 할래스, 센토스, 피닉스 등 3개팀. 이들 팀의 선수들은 경북대, 영남대, 금오공대 등 졸업생들과 외국인으로 구성됐다. 대구경북은 미식축구의 메카라고 불린다. 이에 대해 지역 미식축구인들에 따르면 지역이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데다 유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식축구의 거친 플레이가 경상도 기질과도 닮았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