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추수철이면 아버지 심부름 생각나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농사를 업으로 사셨던 부모님 덕택에 항상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답니다. 바쁜 농사철엔 아버지께서는 일을 하시다가도 목이 마르다 싶으시면 저를 늘 불러내셨답니다. "얘 네째야, 너 주전자 가지고 가게에 가서 막걸리 좀 받아 오너라." 조그만 동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받아오면서 그 맛이 궁금해 한모금씩 맛을 보았답니다. 맛있고 약간 떨떠름하면서도 오묘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받아온 막걸리를 단숨에 한 대접 마시고 김치를 잡수시며 일하고 먹는 술맛은 정말 꿀맛이라고 얘기하곤 하셨습니다. 지금도 추수철이 되면 아버지께서 막걸리 심부름을 시켰던 생각이 납니다. 어린 날, 몰래 훔쳐먹었던 오묘한 막걸리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강옥실(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