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국 상하이에서 타이거 우즈, 짐 퓨릭(이상 미국),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세계 최정상급 골퍼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한 양용은(34.게이지디자인)은 잡초같은 근성으로 차근차근 세계 무대에 다가서고 있는 '제2의 최경주'이다.
양용은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전혀 이름이 알리지 못했고 당연히 국가대표 발탁 등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
1996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그는 이듬해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그저 '보통 선수'에 불과했다.
신인왕이 됐으나 상금은 고작 1천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양용은은 한때 '골프선수로는 가족 부양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그만 둘까도 생각했지만 '더 큰 무대로 나가자'고 마음 먹고 연습에 매진했다.
당시 '실력을 키우려면 레슨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결심한 양용은은 찬밥에 물을 말아 먹는 어려움 속에서도 연습과 대회 출전에만 전념했다.
레슨 코치로 일하면 생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입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런 식의 선수 생활을 하다 이름없이 사라져버린 많은 유망주들을 봤기에 양용은은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2002년 SBS최강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내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과 '큰 무대'를 향한 양용은의 의지는 식지 않았다.
국내 최강자 자리를 눈앞에 두고도 일본으로 훌쩍 건너갔다가 결국 미국까지 진출해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PGA 투어 4승을 일궈낸 최경주와 닮은 꼴 행보.
국내 무대보다는 아시아프로골프 투어와 일본 무대를 끊임없이 노크하던 양용은은 2003년 일본프로골프 퀄리파잉스쿨에 수석 합격의 영광을 안았고 2004년 일본 무대 첫해에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열어 젖히기 시작했다.
선크로렐라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은 데 이어 아사히-료쿠겐 요미우리 아소-이주카마저 제패해 시즌 2승을 수확했다.
9천600만엔을 벌어들여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한 양용은은 2005년에도 1승을 보태면서 상금 10위(6천175만엔)에 올랐고 올해 역시 한차례 우승을 포함해 아홉차례 '톱10'에 들며 상금랭킹 8위(7천523만엔)를 달리는 등 일본에서는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통산 4승을 올리면서 6승의 허석호(33)와 함께 일본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양용은은 간간이 출전한 유럽투어대회나 PGA 투어 대회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라는 날개를 단 셈이다.
오는 12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미국 진출을 노리는 양용은은 특히 크지 않은 체격(177㎝)이지만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장타 능력과 두둑한 배짱, 그리고 강력한 투지를 갖춰 경험과 자신감만 쌓으면 최경주에 이어 PGA투어에서도 성공할 재목이다.
올해 일본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91.81타로 16위에 올라 있는 양용은은 또 홀당 퍼팅수 1위(1.7184개)를 기록, 장타와 정교함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 출신으로 바람이 부는 코스에서도 성적이 좋아 스스로를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고 부인, 아들 3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 용인 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일본 투어를 뛰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SBS최강전 이후 지난 9월 한국오픈 우승 등 2승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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