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자리에서 나를 선택하고 있는 남성이 한국인인지, 대만인인지 몰랐었다." '속성 맞선'을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한 베트남 여성의 고백이다. 또 다른 베트남 여성은 자신을 찍은 한국 남성을 '싫다'고 했다가 다시는 맞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국제결혼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입수, 12일 공개한 '국제결혼 중개시스템 : 베트남 현지 실태조사'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실태조사는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이뤄졌다.
2004년 기준으로 총 결혼 건수 31만 944건 중 국제결혼은 3만 5천447건으로 11.4% 를 차지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 국제결혼이 27%나 된다. 베트남 여성은 이 같은 '한국 남(男)-외국 여(女)' 결혼의 주요 대상이다.
◇ '묻지마 결혼' '속성 결혼' 실태 =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에서의 결혼은 초특급으로 진행된다. 맞선, 결혼식, 합방, 신혼여행이 길게는 6박7일간, 짧게는 2박3일간 한국 남성의 베트남 체류 기간에 이뤄진다. 한국 남성은 한번 맞선에서 적게는 20~30명, 많게는 200~300명을 볼 수 있다. 베트남 여성이 5~10명씩 차례로 들어오면 마음에 드는 여성을 1명씩 찍어 뒀다가 이들을 대상으로 2차, 3차 선택을 거쳐 최종 1명이 낙점된다.
한 한국 남성은 "너무 많은 여성들을 잠깐 얼굴만 보고 고르자니 정말 어려웠다. 긴장되고 딱히 마음에 드는 여성도 없고…망설였더니 (결혼 중개업소) 사장이 골라줬다."고 말했다. 최종 선택 단계에 가서야 베트남 여성의 나이와 학력, 고향, 가족관계, 직업, 키, 몸무게 등을 파악하고, 한국 남성의 직업과 경제력, 결혼 전력 여부도 전해지는 등 신상 정보가 교환된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선택되는 것 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인 데다 한번 거부하면 '마담 뚜'들이 다시는 맞선을 보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허위 정보이다. 한 베트남 여성은 "선볼 때 남편이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며 한달 수입이 200만 원이라고 했는데 막상 결혼해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였다. 나와 결혼하기 전에 몽골 여성과 결혼했었는데 그 여성이 자해 소동을 벌여 이혼했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베트남 여성은 상대 남성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보마저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 생활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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