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되풀이해 보게 되는 풍경이 하나 있다. 매스미디어에 소개되는 겨울 철새의 群舞(군무)가 그것. 충남 서산의 淺水灣(천수만) 그림은 그 중에서도 손꼽힌다. 300여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40여만 마리가 거기서 겨울을 난다는 설명이 따라붙기 십상이다.
○…천수만이 철새 도래지로 부상한 것은 1990년대 초라고 했다. 바다를 메워 논 3천여만 평과 호수 1천300여만 평 등 도합 4천700여만평을 만든 뒤끝이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干拓(간척)은 대체로 얻는 것 못잖게 치러야 할 대가 또한 크다는 사업이다. 지난 5년 사이 조개류 117%, 새우'게 154%나 수입액이 증가한 것도 그 탓이라 했다. 특히 백합조개는 생산량이 폭감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뒤집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의 80%를 키워내던 곳이자, 그 간척과 더불어 전라북도 개펄의 65%가 사라졌다는 곳이 새만금이다.
○…전국 연안습지는 지난 20여 년 간 20% 정도 매립됐다고 한다. 377곳의 611㎢가 없어졌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개펄의 손실은 그 정도에서 그칠 일도 아니라고 했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매립 공사가 모두 끝나면 앞으로 5년 안에 남은 습지의 절반 정도가 추가로 소실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남은 2천550㎢ 중 이미 매립이 진행 중인 것만도 1천44㎢나 된다고 했다.
○…개펄은 ㎢당 연간 약 39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가 얼마 전 제시됐다. 수산물 생산 가치가 전체의 30%인 12억 원, 보존가치가 10억 원, 서식지 제공 가치가 9억 원, 정화기능 가치가 4억 원, 여가 활용 및 재해 방지 가치가 2억 원이다. 수산물 서식, 種(종) 다양성 유지, 홍수 조절, 해일 방지 등 해수면의 안정화, 퇴적물과 영양분 유지, 관광지 제공 등 역할을 지니는 덕분이라고 했다. 그런 판단에 따라 산출한 전국 개펄의 연간 경제가치는 10조 원에 달했다.
○…개발시대에 과소평가되다가 뒤늦게 제값을 산정받는 것이 개펄이다. 앞서와 같은 여러 자료들 역시 그에 발맞춰 정부가 오랜 세월 공들여 근래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나머지 절반마저 사라지기 전에 보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역시 이맘때쯤 소개되곤 하는 '아름다운 비행'에 비견할 감동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고.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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