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가 장악한 채 좀처럼 뚫리지 않던 홍콩 전자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류를 등에 업고 일본 브랜드를 제쳤다.
홍콩은 전 세계 브랜드가 각종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각축을 벌이는 테스트 시장이자 중국 및 동남아시장의 윈도 마켓으로 세계 가전제품의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 역할을 하는 곳이다.
13일 현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에서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 바람이 크게 일고 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한국기업의 위상과 인지도, 판매고가 덩달아 높아졌다. 두 한국기업의 활약은 전자제품의 간판격이라 할 수 있는 TV에서 두드러진다. 삼성 LCD TV는 8월 말 현재 홍콩에서 시장점유율을 금액 기준 20.3%, 물량 기준 14.4%로 끌어올리며 홍콩에서 처음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니와 샤프 등 일본 브랜드가 각각 20%대의 점유율로 홍콩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삼성은 1월 9.1%(금액), 5.8%(물량)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상승시키며 마침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7월에야 현지법인을 출범시킨 LG도 홍콩에서 LCD TV 사업에 집중하면서 월드컵 기간인 6, 7월에 26인치, 32인치 모델을 각각 판매 1, 2위 모델로 올리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엔 청쿵(長江)실업 소유의 호텔에 32인치 LCD TV 3천600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필립스가 회원사인 홍콩의 네덜란드 상공회의소(DBA)는 LG전자를 올해 홍콩에서 마케팅활동을 가장 잘한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은 특히 B2B 마케팅에 주력, 홍콩 최고급 호텔인 페닌슐라호텔을 뚫는 데 성공했다. 페닌슐라호텔이 20년 이상 사용해 오던 소니 TV를 버리고 객실에 삼성 LCD 및 PDP TV 420대를 설치한 것이다. 로열가든호텔과 샹그릴라호텔도 페닌슐라를 뒤따라 삼성 TV를 주문했고 HSBC는 카드 고객들의 성화로 8천 세트의 삼성 LCD TV를 고객 경품용으로 주문해야 했다. TV 설치를 거부해오던 홍콩의 관문 첵랍콕공항도 최근 승객 대기실 등에 40인치 삼성 LCD TV 700대를 설치했다. 휴대전화에서도 LG는 초콜릿폰 출시로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최근 AC닐슨의 홍콩 내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삼성 브랜드의 비보조인지도(소비자에게 한 제품 범주에서 생각나는 브랜드를 열거토록 하는 것)는 지난해 17.9%에서 올해 20.3%로 높아졌고 LG 브랜드는 3.5%에서 8.7%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TV 브랜드에 대한 프라이스 프리미엄(브랜드를 달지 않은 제품을 100으로 봤을 때 각 브랜드에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가치)도 삼성 120.9, LG 120.8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반면 일본의 샤프는 118.2, 소니는 114.8로 뒤처졌다. 구현우 LG 과장은 "좀처럼 파고들기 힘들었던 홍콩 시장에서 한류의 영향을 타고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며 "TV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다른 가전에서도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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