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의 운동회나 학예발표회 등 행사장에 가 보면 사진을 찍으려는 학부모들로 인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등 영상 장비가 보편화한 탓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남기려는 부모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도 디지털 세대답게 영상 장비를 조작하는 데 익숙하다.
동인초교는 여기에 주목해 4년째 학급 단위 전자앨범을 제작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관심 있는 교사가 한두 학급을 대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병설유치원까지 포함해 27개 학급 전체가 1년 내내 전자앨범 만들기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단순히 학습결과물만 담는 게 아니라 한 학년 동안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과 생활모습이 담기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 열의가 보통이 아니다.
이원근 교감은 "처음에는 해서 무엇 하나 하는 교사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한 번 만들고 나서는 모두가 쉽고 재미있다며 적극적으로 동참해 어느 학교에도 없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1년에 걸친 제작 과정
동인초교에서는 학년 초가 되면 교사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전자앨범 제작 과정 및 활용법에 대해 교육을 한다. 이후 학급별로 활동 팀을 구성해 1년 동안 전자앨범을 구성할 하부 주제를 정하고 역할 분담을 한다. 이 회의가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장이 된다. 교사는 활동 및 제작 계획서를 검토하고 지도한 뒤 확정한다.
이후 1년 동안 전자앨범에 들어갈 사진, 동영상, 소리 등 다양한 자료들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창의적 표현과 발표력 향상의 기회가 주어진다. 평소에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도 카메라 앞에서는 점잖아지고, 논리적 표현을 하려 애쓰며, 남다른 생각으로 주목받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다 문학·미술 작품 등 다양한 교육활동 결과물들이 더해진다.
이렇게 촬영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자앨범이 제작된다. 이 과정 역시 대부분 학생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포토샵 같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은 물론 앨범 편집 프로그램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수정과 보완의 과정에 많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가 보태진다. 저학년생들은 기획 회의, 텍스트 편집 등 가능한 범위에서 참여하지만 고학년생은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거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해 낸다.
완성된 앨범은 학년말에 학생과 교사 대표로 심사위원을 구성, 우수 학급 및 팀을 시상하기도 한다. 심사에 의해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앨범은 예술제에 전시되고 영상물을 발표하게 된다. 제작된 학급 앨범은 CD로 제작해 모든 학생들에게 배부한다.
▶ 전자앨범 제작 효과
전자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획력과 발표력, 표현력을 기르는 계기가 되고, 교사들로서는 학생 개개인의 특기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1년의 활동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주변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팀별로 역할을 분담해 전체를 구성함으로써 협동심을 배우는 시간이 됐다.
학교 생활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는 것도 장점.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생생하게 전해줄 뿐만 아니라 성장 기록을 남기고 싶은 학부모의 욕구까지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징검다리로서 한 장의 CD가 남겨주는 행복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것이다.
이 교감은 "전자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1년짜리 프로젝트 학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효과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더 높이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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