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대개 아이가 4학년이 되면 직접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5학년이 되면 포기한다고 말한다. 바로 수학 때문이다. 국어나 영어, 도덕 같은 과목은 어찌어찌 가르치면 되지만 수학은 차원이 다르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문제를 풀어내기에도 벅찬 형편에 이를 알아듣게 가르친다는 건 도무지 안 되는 일이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아이에게 설명하다 보면 "이렇게 말해 줘도 모르겠느냐."고 버럭 짜증부터 내기 일쑤. 결국엔 학원으로 보내고 마는 게 보통의 스토리다.
하지만 학원에 보내 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을 하고, 지나치게 선행학습에 치중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잘못하면 수학에 영 흥미를 잃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해 본 부모라면 같은 심정으로 고민하며 오랜 시간 연구한 강미선 씨의 '행복한 수학초등학교'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교 수학 교사로, 이름 있는 학원 강사로 활약하던 강 씨는 유치원에 입학한 딸 아이의 수학 공부에 문제를 느끼고 대안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 책은 긴 연구를 통해 대안 교육법을 개발, 실제 초등학생들에게 적용한 연구에서 성공을 거둔 강 씨가 그간의 활동을 결산한 책.
내용이나 구성이 마음을 끄는 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 때문이다. 기계처럼 반복되는 문제 풀이에 지쳐 '나는 수학에 소질이 없나 보다.' 하며 실망하던 아이라도 한번쯤 읽는다면 '개념을 알고 나니 수학이 어려운 게 아니었네.' 라고 손뼉을 칠 것 같다면 지나칠까.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생활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관심을 끌어내고, 개념과 원리를 서서히 이해시킨 뒤, 문제해결능력과 사고력을 길러주고, 퍼즐과 게임을 통해 이를 다져가는 과정이 참 오밀조밀하다. 주제마다 역사 속의 수학 이야기를 실어 아이들이 수학에 지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돋보인다.
직접 가르치기를 포기한 엄마라고 해도 좋은 책 사 주는 역할까지 포기해선 안 될 일이다. 나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수학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어려운 수학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할 게 아니라 함께 서점부터 가 볼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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