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로우 경제) 약속 습관 만들기

최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경제 마인드를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단히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을 너무나 쉽게 어긴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측이든, 함께 참여한 어린이든 대상에 관계없이 자신의 약속을 소홀히 여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럴 때 운영자 측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기는 쉽지 않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사실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제재하는 데 반발하는 어린이들도 적잖아서 자칫하면 행사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드는 게 현실이다.

약속을 지키는 일은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어려서부터 여기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약속을 이처럼 쉽게 여길까. 실생활에서 보면 어른들의 지나친 관대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어려서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넘기다 보니, 아이들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판단하기 힘든 것이다. 내가 지키지 않은 약속으로 인해 남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약속을 지키는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평소에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사회생활에서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실천하는 방안으로는 약속기록장을 만들어 약속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 약속기록장은 꼭 이러해야 한다는 형태는 없다. 쉽게는 공책의 페이지를 반으로 접어 한쪽에 아이의 이름을 적고 지켜야 할 약속을 적는다. 그리고 서명란을 만들어 둔다. 물론 반대쪽 페이지에는 부모님의 이름을 적고 지켜야 할 약속을 적는다.

부모는 단순히 아이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이에게만 약속을 지키도록 하고, 단순히 아이의 기록장을 검사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아이들과 함께 서로가 약속기록장을 보면서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록장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서명까지 하다 보면 약속에 대한 관념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물론 부모 자식 사이에 이러한 약속기록장까지 만들고, 부모의 약속까지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단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부모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도 유익하다고 본다.

김준혁(K비전스쿨 이사)

▶ 약속기록장 작성 시 유의할 점

1. 지킬 수 있는 쉬운 약속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거창한 학습 목표나 생활 계획을 잡아서 약속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쉽다.

2. 아이들에게 약속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약속은 스스로 지킬 자신감이 있거나 반드시 지켜야 할 상황에서 하도록 한다.

3. 약속 이행의 보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금전적인 것보다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수 있다.

4. 약속기록장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모두가 찬성해야 가능하도록 한다. 자신이 한 번 한 약속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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