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3일 한국이 확산방지구상(PSI)에 공식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한국이 "언젠가 좀 더 공식적인 형태로 참여"키로 하면 "환영할 것"이라는 말로 미국의 실망감을 우회 표시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의 공식 반응에 비해, 올초 백악관을 그만 둔 마이클 그린 전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반응은 다소 격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PSI는 전쟁이나 공격행위가 아니라,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의 운송을 막기 위한 국제규범일 뿐인데, 한국 정부의 공개 거부 결정은 북한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로부터 소외를 자초해온 한국의 또 하나의 조치"라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 =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PSI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한 채 "아마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북한에 관해 이전엔 결코 취하지 않았던 조치들을 일부 취해왔다"고 말했다.
스노 대변인은 "한국은 소중한 동맹이고, 또한 (대북) 조치를 강화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스노 대변인은 "PSI 참여 요청을 한국이 거부했는데 미국의 반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반응은 우리는 6자회담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면 "PSI는 사문화(a moot article)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그동안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이 변해왔듯이 앞으로도 더 변해 공식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로 실망감을 좀 더 명확하게 나타냈다.
그는 한국이 "현 시점에선" PSI에 공식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우리는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한국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PSI에 관한 관점을 변화시켜왔다"며 "한국이 어느 시점에선가 좀 더 공식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PSI 참여국들과 한국은 좋은 협력적인 대화를 가져왔다"며 "이 대화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특히 "PSI와 별개 문제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와 관련해선 "한국이 결의를 이행하는 데 진지하며, 그에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직 정부 관계자 = 그린 전 보좌관은 "실망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실망한 이유가 한국의 불참으로 대북 PSI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문제 관리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한국이 일방적으로 채찍을 테이블에서 치움으로써 스스로 점점 대북정책의 수립자(a shaper)에서 멀어지고 관찰자(an obserber)의 하나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외교의 중심은 서울이 돼야 하는데, 그 주도권이 서울이 아닌 뉴욕과 베이징(北京)에서 행사되고 있다"며 "다른 모든 6자회담 파트너들은 테이블에 당근과 함께 채찍도 올려놓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음으로써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려는 국제노력에 충분한 연장 가방을 갖고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있을 때 한.미간 조율 강화와 6자회담 외교 중심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를 위해 정말 정말 애썼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묘사한 그는 거듭 "실망했다"며 "나의 한국 사랑이 좀 거친 것(a little harsh, tough love)이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역시 전화통화에서 PSI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부시 행정부가 크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예상됐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문제 하나만으로 한미관계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 개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의 성격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반적인 접근법에서 한.미간 공통이해의 전반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양국의 현 정부 사이엔 큰 이해 차이가 있으며, PSI는 그것을 반영하는 한 측면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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