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터치 시시비비)도심집회 불허 논란

이달 초 경찰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도심에서 열리는 노동단체의 집회를 불허하는 판단을 내린 이후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의 충돌, 집회 불허와 관련된 경찰의 재량권 정도, 사회적 약자의 표현수단으로서 집회의 적절성 등이 주요 쟁점이다.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의 공약수를 찾기가 힘든 문제다. 학생들로서는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양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집회의 자유냐 행복추구권이냐

집회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된 중요한 기본권이다. 집회의 자유는 개인 혹은 단체가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와 본질상 맞닿아 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언론이 거대해지고 강자의 논리, 주류의 견해와 이해관계를 같이할 때 사회적 약자들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수단은 집회의 자유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집회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대체·보완하는 권리이다. 언론이 어떤 이유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거의 유일한 의사표시 수단이 집회다.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집회를 벌이는 건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존중되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를 따질 이유도 전혀 없다.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는 한 모든 집회는 보장되어야 한다.'(신문 사설)

그러나 집회의 자유가 다른 자유 혹은 권리와 상충될 때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것은 경우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교통 혼잡 혹은 휴식 공간 보존 등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연결되는 내용들이다. 민주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 행사로 인해 불편이 생기는 것을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느냐가 판단의 관건인데 최근의 논란은 행복추구권에 무게를 둔 주장들이 쏟아지면서 빚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회의 자유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전제돼야 한다. 시민들의 행복추구권도 중요한 가치다. 게다가 법을 지킬 때 집회의 자유도 존재한다. 우리 시위대들은 허용 차로 벗어나기, 교차로 통제 무시하기, 무단횡단, 허용시간 초과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불법행위를 일삼는다. 경찰은 차로 행진 금지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일탈행위에 제대로 대응한 적이 있는가.'(신문 사설)

여기서 조화의 문제가 등장한다. '집회의 자유를 누림으로써 타인의 자유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면 그 자유는 제한된다. 한편, 시민은 타인의 자유권 행사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 다른 사람이 시위를 함으로써 도로가 막혀 영업을 할 권리가 다소 침해되는 불편이 있더라도 이를 참는 것이 민주시민의 도리다. 이렇게 자유권과 자유권이 상충될 경우 일정한 선에서 서로 양보하는, 자유와 자유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신문 칼럼)

▨ 경찰의 재량권 정도

권리 간의 조화가 중요하게 떠올랐을 때의 관심은 양보와 인내의 수준을 누가 결정하느냐로 모아진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집회를 허가해주는 권한을 가진 경찰의 입장이 핵심이다. 이달 초 경찰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도심 집회를 불허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언론과 여론이 이를 환영하고 동조한 것도 결국은 경찰이 재량권을 좀 더 강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관련법에 의해 집회 금지는 물론 불법 시위자의 현장 체포, 무기 사용 등 폭넓은 권한이 주어져 있으나 거의 쓰지 않았다. 과거의 무석무탄(無石無彈)이나 여성 경찰관 전면 배치 등과 같은 포용정책에 매달려 있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공권력(公權力)이 더는 공권력(空權力)이 돼선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법치의 포기이다.'(신문 사설)

그러나 경찰의 한 해 수만 건씩 벌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집회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 근거가 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부터 위헌 논란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경찰이 집회의 목적이나 주관 단체 등 정치적인 이유로 집회를 불허할 수 있는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집시법을 한 번 보자. 거의 대부분의 조항이 주어는 관할경찰서장이고 서술어는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말이 신고제이지 경찰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대표적인 근거 조항으로 이용되는 것이 바로 도심 집회와 직접 관련이 있는 주요 도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와 행진 금지조항이다. 종전에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는 금지할 수 있지만 행진은 질서유지인을 두면 제한은 가능하나 금지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집시법은 주변의 교통소통에 장애 발생의 우려가 있으면 행진 역시 금지 통고가 가능하도록 개악되었다.'(신문 칼럼)

▨ 집회를 통한 의사표현의 적절성

도심 집회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위대에 의해 긴 시간 교통 정체를 겪던 운전자가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아 다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도심 집회가 집단적인 주장을 펴는 수단으로 적절한가, 아니면 다수 시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는 적절성 논란도 불이 붙었다.

행복추구권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부적절함을 지적한다.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시위를 벌이면 누구라도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시위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신문 사설)

시대 변화에 따라 집회와 시위를 보는 시민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시민들은 학생 시위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든 도로가 막히든 별 불평을 하지 않았다. 당시의 시위는 독재 정권에 저항한 민주화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도심시위로 인하여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 갇힌 시민이 시위대에 직접 돌진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도심시위는 환영받지 못하게 됐다.'(신문 칼럼)

그러나 입장을 바꿔놓고 시위대의 절박함을 들여다보면 시각은 달라질 수 있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므로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일주일의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누구인들 다시 주말에 거리로 나가고 싶겠는가. 가족과 공원에도 가고 싶고 집에서 쉬고도 싶은데 말이다.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기에 거리에 나왔을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말할지 모르나 이게 대부분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사정이다.…집회나 시위는 불편하고 시끄럽다. 원래 그렇다. 불편하고 시끄러우니 아예 못하게 막아 버리면 사회가 숨이 막혀 질식사할 것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주말에 도심에서 집회가 있으면 우회하거나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떨까. 경찰당국도 집회 막으러 나오는 경찰병력을 일부라도 교통소통 시키는데 보내기 바란다. 집회의 메카가 되는 곳은 집회가 잘 열릴 수 있도록 공간도 만들고 행진로도 만들자. 정부가 나서서 방음장치도 좀 하자. 꿈인지 모르겠지만 발상을 이런 방향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일까.'(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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