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 유부남 동료와 로맨스는 '무죄'

법원 "연정 들통나자 겁에 질려 제출한 사표는 위법"

직장 유부남 동료에게 연정을 품은 사실이 들통나 그 아내의 협박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던 정부기관 연구원이 법정 싸움 끝에 구제받게 됐다. 1990년대 초부터 농림부 산하 기관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A(여)씨는 1990년대 중반 결혼한 뒤에도 농학석사와 이학박사를 취득할 정도로 업무에 매진한 우수 직원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5년 3월부터 이모 씨와 같은 팀에 근무하게 된 것이 화근이 됐다.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근무를 하게 된 A씨와 이 씨는 점차 서로 호감을 갖다가 지방출장을 함께 다녀온 것을 계기로 연인의 정을 가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 씨는 평소 갖고 있던 시와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내고 손수 만든 하트 모양의 비누와 케이크를 A씨에게 선물했으며 부부동반 출장시에는 자신의 애틋한 감정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A씨도 가정주부로서 흔들리는 마음을 답장 이메일로 보냈는데 이 씨의 아내가 우연히 남편의 이메일을 열어보았다가 이 '연정 메일'을 발견했다. 화가 난 이 씨의 아내는 A씨에게 '남편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소속 기관에도 두 사람을 인사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상급기관에 알려 불이익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소속기관은 A씨에게 사직원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사직원이 제출됐고 불과 한 시간 만에 수리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뀐 A씨는 다음날 자신의 의사로 사직원을 쓴 것이 아니라며 사표 제출 철회와 복직을 요구했으나 소속기관은 이미 사직원이 수리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14일 A씨가 자신의 소속기관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사직원을 작성·제출한 것은 이 씨 아내의 협박으로 원고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박탈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겁에 질린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속 기관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사직서 제출은 의사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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