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일 21세 이하 올림픽대표팀 간 친선경기 1차전. 전반 4분 박주영(서울)의 헤딩슛이 일본 골문을 가르자 한국 벤치의 홍명보(37) 코치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후반 19분 안태은(서울)의 어이없는 자책골이 터지자 홍 코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홍 코치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장갑을 낀 두 손을 트레이닝복 하의 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팔짱을 낀 채 경기 상황을 주시하다가도 때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를 손짓으로 지시하는가 하면 "파울 하지마", "너무 올라가면 안돼" 등 상대에 대한 대응요령을 목소리를 높여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축구의 '영원한 맏형' 홍 코치의 사령탑 데뷔전은 결국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자책골을 내주며 1-1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홍 코치는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임시지만 사령탑으로서 임무 수행은 처음이다. 15일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 이란 원정경기 일정과 겹쳐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업무 분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핌 베어벡 감독과 압신 고트비 코치, 코사 골키퍼 코치는 이란 원정길에 올랐고, 대신 홍 코치가 이충호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골키퍼 전임지도자와 함께 벤치를 지켰다.
선수 생활을 접은 뒤 축구 행정가의 길로 들어선 홍 코치는 딕 아드보카트 전 한국대표팀 감독 부임과 함께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해 지도자로서도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당시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할 아드보카트호의 도우미로 부름을 받았지만 이후 베어벡호에 이르면서 그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네 명의 외국인 감독에게 잇따라 넘겨 준 대표팀 지휘봉을 이젠 한국인 지도자가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대명사격'인 홍 코치의 성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렇게 때문에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감독 데뷔전을 치른 '코치 홍명보'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관심을 끌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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