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영상. 그 출발점은 어딜까. 영화를 볼 때마다 영사실의 풍경이 궁금했다. 15개 관을 가진 멀티플렉스 극장 아카데미 시네마 영사실을 찾았다. 13일 낮 12시40분, 영화 '데스노트'가 시작되기 전 아카데미 시네마 영사주임 박종효(55) 씨는 5평 남짓 되는 영사실에서 필름을 원위치로 돌리고 있었다. 한번 돌린 필름을 시작지점으로 감아두는 것. 오후 1시, 영화가 시작되자 기계를 점검하던 박 씨는 분주해진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자 볼륨을 높인다. 영화관에서 광고보다 영화가 크게 들렸던 것은 이유가 있었나보다.
"옛날에는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했지만 지금은 스위치 하나로 조정할 수 있어 많이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훨씬 신경이 쓰이죠. 관객들의 눈과 귀가 전문가 이상이거든요."
영사실 안은 필름 돌아가는 소리로 대화가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인터뷰 중간중간 박 씨는 극장 내로 뚫린 작은 창을 통해 수시로 스크린을 확인한다.
"여기서 보면 극장이 훤히 다 보여요.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지고 난 뒤에도 낯뜨거운 행동을 하는 연인들을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지요." 뒷자석에 앉아 '우리만 있다.'고 착각하는 연인들이 뜨끔해지는 대목이다.
35년 전, 신성극장을 시작으로 국제극장, 아세아극장 등 단관 극장에서 영사기사로 활동하던 박 씨는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다고 추억한다. 인력이 많아 여유도 많았고 필름이 뚝뚝 끊기는 대형 사고에도 관객들이 눈감아줬던 것. 요즘엔 조그만 문제에도 환불소동을 벌여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작은 실수 하나도 없어야 하기에 피로 정도는 훨씬 높아졌다. 영사기사를 시작한 지난 35년간 수천 편의 영화를 본 그가 꼽는 '수십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는 무엇일까. "'벤허'와 '쥬라기 공원'이에요. 최근 한국영화로는 '공공의 적'이 재미있었고요."
동네에 가설극장이 선다는 얘기만 들으면 만사를 제치고 뛰어가던 시네마 키드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영사실에서 필름을 돌릴 것이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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