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프라이버시와 가치, 그리고 호기심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화적 차이

서양인으로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흥미있는 일 중 하나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것이다. 한국과 서양의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과 관습의 차이는 한편으로 흥미진진하지만 때론 당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된다. 서양인들에게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모든 사람들 간에 서로 불가침의 존중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프라이버시란 '혼자 있을 권리' 혹은 '사적인 영역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다. 프라이버시란 말 그대로 각자가 자신의 '경계선'을 지키면서 독자적인 자기만의 고유영역을 갖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동양인의 관점에서는 이를 '개인주의'로 바라볼 여지도 없지 않겠지만, 서양인 관점에서의 프라이버시는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하나의 문화요 생활양식인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 같은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 가치와 집단의 가치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에 보다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개방화, 국제화에 따라 과거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개인보다는 조직과 집단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 이런 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한국인의 가치는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 예컨대 회사, 국가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에는 틀림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때론 어려움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인의 의식 때문에 조직내에서 개인 간의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어떤 비밀이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종종 나만의 비밀이 아닌 공공연한 우리들의 비밀이 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으로 철저히 비밀이 유지되는 서양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서양에서는 타인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듣는 것조차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하물며 프라이버시라 판단되는 사실을 묻는 것은 금기시된다.

#한국인의 놀라운 호기심

비즈니스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생활속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많이 경험하곤 한다. 개인적인 나이를 스스럼없이 묻는다거나, 엘리베이터 속에서도 사적인 질문을 자주 해 오는 경우가 많다. 쇼핑을 하는 가운데도 카트나 장바구니에 실린 물건이 무엇인지 조사하듯 뚫어져라 보는 아줌마들의 호기심에가서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인데 여기에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생생히 경험한다.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 그야말로 가장 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상담 내용을 한 방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환자들이 함께 듣는다는 점이다. 나의 병에 대해 다른 사람이 듣는 것을 원치도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병의 내용을 내가 듣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어떤 것이 더 낫고 못하고 하는 가치판단을 넘어, 어쨌든 외국인으로서 다른 문화장벽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며 하나의 도전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서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체험은 앞으로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들에 대해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 그중에서도 가을을 필자는 좋아한다. 이제 가을단풍도 막바지이고 곧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것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요즈음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된장찌개가 생각난다.

모셰 샤론 대구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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