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정 난동' 피해에 法·檢 공동 책임"

법정에 출석 예정이었던 증인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검찰에 신변요청을 했는데도 이를 묵살하는 바람에 법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면 검찰과 법원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원에서 종종 발생해 '보안 허술' 우려를 낳았던 법정 흉기난동과 관련해 국민의 신변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사실상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24부(이성보 부장판사)는 15일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나갔다가 흉기에 찔린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B씨로부터 신변보호를 요청받은 검사가 위험발생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국가에 3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책임과 함께 판사나 법원 직원이 당사자로부터 아무런 보호요청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는 시간적, 공간적 보호범위 내에 존재하는 법정 출석 증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의무가 있다며 법원의 책임도 함께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원은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으로 법정 내 흉기반입을 제지하고 신체적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 조치를 취해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사는 휴정 중이라도 사건 당사자들이 대기중인 상태에서 법원 경위 등을 통해 폭력행위가 발생치 않도록 질서를 유지해야 하고 법원경위도 사건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접촉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법정 내의 상황을 더욱 잘 살펴 폭력행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흉기를 휘두른 황씨가 원고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원고가 이를 뿌리치는 상황이 있었다면 법원 경위는 양 당사자를 잘 살펴 본 후 증인선서서를 작성하는 원고에게 다가오는 황씨를 제지하는 등 보호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편 황모(50)씨로부터 20년간 감금과 폭행을 당해 온 B씨는 2003년 11월 가정 폭력으로 황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이혼 소송도 제기했다.

B씨는 남편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됐는데 남편의 계속되는 협박성 전화에 형사재판을 담당한 검사에게 증인에 서기 전 신변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인 진술만 마치고 황씨보다 먼저 법정을 떠나면 안전하다"는 대답만 하고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했다.

B씨는 아무런 신변보호 없이 작년 4월 서울동부지법 3호 법정에서 열린 황씨의 형사재판에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참석했으나 휴정시 증인 선서서를 쓰던 중 황씨가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휘두르는 바람에 머리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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