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Japan Sea)로 표기한 한국 학자 참여 논문이 적잖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전문성이 있는 논문들이 일본 측에 악용될 경우 한국으로선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립대 등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들도 무분별하게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일본해에 있는 울릉도(?)=공동집필한 SCI급 논문에서 '일본해' 표기로 논란(본지 11월 3일자 보도)이 된 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 A씨는 지난해에도 '일본해' 표기가 된 논문에 참여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 논문은 '독도'와 '일본해' 표기 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해 일본학술지 '히코비아(Hikobia)'에 실린 것으로 A씨는 일본 학자와 함께 울릉도 해안의 식생을 다뤘다.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으며 논문 서두의 '1. 지형·지질'에서도 '울릉도는~(중간생략)~ 일본해(日本海)의 바다 가운데 돔 형태로 돌출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썼다.
◇일본해가 국제용어=학자들은 '일본해'가 국제통용표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7년 네덜란드의 한 자연과학분야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던 전 대학 교수 B씨(69)는 "국제적으로 일본해로 통용돼 국제세미나 및 심포지엄에서는 일본해, 국내 발표 때에는 동해로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자립형 사립고 교사인 C씨(52)는 지난 1999년 미국 해양지질학 관련 SCI급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시했다. C씨는 "미국인인 저널 편집장이 일본해 표기를 주장했고 일본인 논문심사위원과도 수차례 논쟁을 거듭한 끝에 내린 합의"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취재진이 인터넷 논문검색 사이트에서 'Sea of Japan' 'Japan Sea'를 검색한 결과, 일본해 표기 논문이 여러 편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영권 대한지리학회 부회장(대구가톨릭대 교수)은 "각 국에서 일본해를 국제용어로 인정해 표기하고 있지만 한국 학자로서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학자는 특히 민족정체성을 고려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사)동해연구회 회장(전 서울대 교수)은 "영토권 문제는 정치외교적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인 만큼 학자들은 '일본해'라고 표기된 원문을 받거나 인용할 경우 자칫 잘못 활용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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