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딸, 경민이에게!
또 다시 날씨가 추워지는 것을 보니 어김없이 수능일이 다가왔나보다. 오늘따라 스산한 바람이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을 사정없이 떨어뜨리고 말더구나. '天地不仁하야 以萬物로 爲芻狗하며…'(하늘과 땅이 어질지 못해 만물을 풀강아지로 여긴다는 뜻으로 천지는 만물에 대해 공평무사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는 노자(老子)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더욱 크게 울리는 듯하구나.
천지자연의 이치는 이 같이 냉엄한데도 우리 인간들은 모두가 제 자신만은 하늘로부터 어떤 특별한 축복이 있기를 기원하는가 보다. 수능시험을 앞둔 자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촛불들이 전국의 유명산천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 아빠 역시 언제부터인가 경민이를 위하여 발원을 하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나의 딸 경민이가 모든 것을 저의 뜻하는 바대로 원만하게 이룰 수 있도록 하소서'라고 말이다.
내일로 다가온 수능 준비를 위해 그동안 너무나 애를 많이 썼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너는 항상 최선을 다해 왔으니 말이다. 밤늦게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 꾸벅꾸벅 졸면서도 또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빠는 너무나 애처로워 가슴이 아팠단다. 장하구나 우리 딸. 엊그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 같더니 어느 새 수능시험을 치는구나.
장하다 우리 딸. 그동안 참 고생 많았구나. 아빠는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그저,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만 했구나. 이제 시험장으로 향하는 너를 보며 아빠는 그저 시험 잘 치고 오라는 말만 하겠구나. 내일은 날씨가 무척이나 춥다는데. 네 엄마는 지난 3년보다도 더 긴 시간에 또 가슴 떨며 문밖을 서성이겠구나.
장하다 우리 딸. 우리 결과에는 너무 연연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니. 점수 때문에 울고 운대서야 그동안 우리 모두의 마음 고생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 돌이켜 생각해봐도 정말 미안하구나. 그저 공부 잘 해라, 시험 잘 보라는 말 밖에... . 그 긴 시간동안 왜 그 말밖에 못했을까.
이제 더 높은 하늘을 보라는 둥, 유익한 사람이 되라는 둥, 그 따위 시시한 소릴랑 하지 않으마. 너는 다만 사랑스런 나의 딸. 그저 너는 너이기만 하면 된다. 내 곁에 건강하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기쁘고 행복하단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두려워하지말고 태산같은 자부심으로 묵묵히 네 길로 나아가거라.
▲ 수능시험을 앞두고 이철건(53·대구 수성구 노변동) 씨가 셋째 딸 이경민(덕원고 3년) 양에게 띄운 편지를 옮겨 싣습니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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