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예견된 패배였고 힘겨운 일전이었지만 얻은 건 별로 없어 보인 한 판이었다.
베어벡호가 15일(이하 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난적 이란을 맞아 안간힘을 써봤지만 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0-2로 주저앉고 말았다.
핌 베어벡 감독은 압신 고트비 코치가 미국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하는 악재 속에 홀로 외롭게 벤치에 앉아 여러 모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실 베어벡호의 패배는 출국 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이번 이란전에 나선 멤버는 출국 8시간 전에야 원정 명단 20명을 확정하는 촌극을 벌인 끝에 출발할 수 있었다.
K-리그 챔피언 결정전과 테헤란 원정 일정이 '충돌'하면서 챔피언전에 오른 성남 일화, 수원 삼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김두현, 김용대(이상 성남), 조원희(수원) 등 두 팀 선수들의 차출을 강행하면서 K-리그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플레이오프 격전을 치른 선수들이 심야에 소집됐고 대한축구협회와 20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이는 등 갖은 진통을 겪었지만 해법은 산뜻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베어벡호 태극전사들은 출발부터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안고 의기양양하게 원정길에 올라야 했지만 실상은 프로리그를 망치면서 선수들을 빼내갔다는 비난을 피해 도망치듯 원정길에 올랐다.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은 이미 통과해놓은 터라 애초부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평가전 성격이 강했다면 리그에 부담이 없는 선수들로 '신선한 실험'을 진행했어야 옳았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베어벡 감독은 어렵게 차출한 김두현을 아예 투입조차 하지 못했다. 김두현은 11일 플레이오프 당시에도 컨디션이 나빠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게 소속 팀 감독의 견해였다. 골키퍼 김용대도 김영광(전남)이 골문을 지키면서 장갑을 끼지 못했다.
조원희는 선발로 나왔지만 후반 조성환(포항)과 교체돼 나갔다.
이란은 알리 카미리, 바히드 하세미안 등 해외파를 대거 소집해 정예멤버로 출격했다. 이미 예고됐던 멤버였다.
그렇다면 베어벡 감독은 승부에 연연하기 보다는 기존의 대표팀 멤버를 대체할 새 얼굴들로 과감한 실험을 진행하는 쪽이 더 나았다.
지난 달 8일 정예 멤버가 나온 가나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지만 '세대교체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기존 대표팀 멤버들과 아시안게임용 젊은 피를 어설프게 섞어놓아 이도저도 아닌 '비빔밥'을 만들고 만 격이었다.
그나마 교체 멤버로 양상민(전남)과 염기훈(전북)을 실전에 투입해본 게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는 23일 두바이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는 베어벡호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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