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태수 作 '이슬방울'

이슬방울

이태수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그 아래 구겨지는 구름 몇 조각

아래 몸을 비트는 소나무들

아래 무덤덤 앉아 있는 바위, 아래

자꾸만 작아지는 나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만물은 앞뒤가 있고, 귀천(貴賤)이 있고 높낮이가 있다. 그래서 이슬은 '풀잎에 맺혀 글썽이'고 그런 이슬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이 있다. 그뿐인가. 그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가 있고 그 위에 '아득한 허공'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만든 이 선후(先後)와 높낮이와 귀천의 질서가 온갖 갈등과 대립의 근원이다.

그러나 우주적인 눈으로 보라. '허공에 떠도는 구름'이나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나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나 다 같이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과 같은 찰라적 존재가 아닌가.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