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으로 널려 있는 독서에 관한 금언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독서의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서라면 10세기 무렵 페르시아 총리였던 압둘 카셈 이스마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책과 떨어져 생활해 본 적이 없을 만큼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전언에 의하면 그는 원정을 떠날 때는 400마리의 낙타를 동원해 물경 십만 권이 넘는 책을 싣고 다녔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 읽어볼 수 있도록 낙타 등에 실린 책들을 알파벳 순서대로 묶고 그 순서가 뒤바뀌지 않도록 낙타를 훈련시켰다니 그 집요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찍이 불후의 명작을 남긴 대문호들치고 독서광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 출신의 보르헤스는 만년에 시력을 잃자 '책 읽어 주는 소년'을 고용해 독서의 갈증을 풀었고, 우리들에게 '고리오 영감'으로 친숙한 발자크는 학창시절 가정과 학교로부터의 소외를 독서와 몽상으로 앙갚음했다.
또 출세작 '음향과 분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포크너는 학창시절 닥치는 대로 읽던 독서 편벽을 버리지 못하고 책만 읽다가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어디 독서광이 그들뿐이겠는가. 그들은 한결같이 젊은 날의 독서가 훗날 작품 창작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거장들의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학창시절 나의 빈약한 독서와 비교되어 쥐구멍이라도 찾아들고 싶어진다. 내가 외람되게 '삼 년 계획'을 고집하며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이런 자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기'(史記)의 골계열전(滑稽列傳) 편을 보면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이란 말이 나온다. 초나라 장왕과 충신 오거의 문답 속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삼 년 동안 한 번도 날지도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훗날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삼 년이란 그 고사와 무관하지 않다.
"독서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는 오프라 원프리나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독서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한 빌 게이츠의 말만으로 독서의 위대함을 대변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감이 있다. 독서는 종교 못지않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경이로운 기적을 일으킨다. 우리들의 꿈(문학)이 저 벌판의 꽃나무라면 독서는 그것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는 밑거름이다.
이 연 주(소설가·정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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