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행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대구 문인협회 문무학(54) 회장은 지난 10일 귀국한 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민망스럽다. 그동안 미국의 한인들 문학작품이란 것이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 그들을 만나고 받은 느낌은 그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작품성은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먼 이국땅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잊지 않고 작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일입니까." 사실 그랬다. 고국을 떠나도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문학 작품을 떠나 고귀한 소명이기도 하다. 어쩌면 본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문 회장을 비롯해 대구 문인 몇이 이달 초 '미국이민 NEXT 100주년' 제4회 한인의 날 행사에 초청돼 문학 강연과 시낭송을 하고, 문학심포지엄에도 참가했다. 대구 문인으로서는 첫 미국 행사였다.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 시청사 앞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정지용의 '향수' 등 시를 우리말로 낭송하고, 순회 문학 강연도 가졌다.
초청한 새크라멘토 한인문인회(회장 박관순)에서 준비한 당상관복을 입고,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집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무궁화도 심고, 선물도 나눠주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약속한 것도 있습니다."
새크라멘토 문인회는 회원 30명의 작은 문학모임.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성은 대단했지만, 기관지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문 회장은 그들의 작품을 받아 창간호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또 대구 문인협회 인터넷 카페에 방도 만들어 작품 교류를 하기로 했다.
1982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문 회장은 시조문학 평론(1988년)에도 당선됐으며, '풀을 읽다' 외 4권의 시집과 시 선집을 출간했다. 올 1월 제9대 대구 문인협회장에 선출됐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겠다." 그가 회장을 맡으면서 내 건 모토이다.
그 중 하나가 국제교류를 넓히겠다는 것. 이번 미국서 가진 행사도 그 일환이다. 지난 8월에는 일본에서 '바다에서 문학을 묻다'는 첫 해외문학기행을 가졌다. "고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 속의 문학이 돼야 합니다." 서정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대를 진단하고 또 비판하고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구 문인협회의 행사는 내면으로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문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는 "대변혁을 했다"고 표현했다. 국제적인 교류뿐 아니라 문인들의 합동출판기념회를 기획하고, '대구문학'도 기관지 성격을 탈피해 잡지처럼 꾸몄다. 소장된 '대구문학' 중 결호를 찾아 12권 패키지로 묶어냈다. 정기구독자도 300여 명이나 확보했다.
"문학은 책 속에 갇혀선 안됩니다. 독자를 직접 찾아나서야죠." 일부에선 '독자에게 아부하는 타락'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를 외면한 예술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농경시대는 '손발의 시대'였고, 산업혁명 이후는 '머리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가슴의 시대'입니다."
기계문명이 싸늘하게 식혀버린 인간의 가슴을 데워주는 것이 문화고, 그 중심에 문학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나 연극도 문학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장르다. 미국에서 존 스타인벡의 문학관을 돌아봤는데 느끼는 점이 많았다고 한다. "대구에도 하루빨리 문학관을 세워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문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문 회장은 문학관 건립과 관련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많이 진척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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