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축구 사령탑 '대조적인 행보'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팀 프랑스와 비긴 것을 포함해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일본은 호주에 역전패하고 브라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등 '벽'을 절감하며 쓸쓸히 돌아왔다.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직후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했다. 한국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러시아 제니트로 떠나면서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핌 베어벡(50) 감독이 '승진'했고 일본은 J-리그에 있던 옛 유고 연방 출신의 이비차 오심(6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후 두 나라 축구의 진로는 확연히 달랐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일본이 좀 나은 편이다. 일본은 일곱 차례 A매치에서 5승2패를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가나에 한 번씩 졌다.

한국은 2승2무2패. 베어벡호는 약체 대만을 두 번 이긴 것 외에는 졸전을 거듭했다.

더 큰 차이는 대표팀 운용이다.

일본은 철저히 국내파 중심을 선언했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심 감독은 지난 15일 사우디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도 국내파 중심으로 간다. 독일, 스코틀랜드에서 뛴다고 무조건 주전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해외파들이 국내에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는 걸 두려워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FC 바르셀로나에서 뛴다고 해서 일본대표팀의 주전이 되는 건 아니다"고까지 했다. 지나친 자신감의 표현이겠지만 국내파에 강한 신뢰를 실어줬다.

오심은 오로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올림픽팀은 일본인 소리마치 야스하루 감독에게 일임했다.

반면 베어벡 감독은 목표가 너무 많다. 우선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야 하고 내년 아시안컵축구도 우승을 노린다.

2008 베이징올림픽 8강에 드는 게 세 번째 목표다.

성인대표팀은 물론 올림픽팀,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세 팀'을 직접 챙겨야 한다.

선수는 해외파, 국내파 할 것 없이 두루 활용했다. 국내에선 K-리그 감독들과 불필요한 갈등까지 빚었다.

출장 스타일도 두 사령탑의 큰 차이다.

오심은 유럽파 플레이를 점검하러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본에서도 TV로 충분히 볼 수 있는데 뭘 가느냐"고 답했다. 일본 해외파는 우리처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는 없고 독일, 스코틀랜드, 터키 등에 퍼져있다. 오심은 대신 일왕배 결승을 직접 보러 가겠다고 한다. 내년 2월 합숙훈련은 프로팀 일정을 생각해 딱 4일만 하겠다고 했다.

베어벡은 그동안 경기 원정을 제외하고 총 6차례, 40일이 넘도록 해외파 점검을 위해 유럽 등지로 출장을 다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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