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차고지 주변 주민들이 공해와 소음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 운행이 끝난 늦은 밤 시간대의 차량 정비와 세차, 새벽녘의 주유나 공회전 때문. 골목길 주차와 교통 체증도 이들에겐 참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다.
◇공해에 시달리는 주민들
10년 동안 버스 차고지와 사람 키 높이도 안되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는 이정화(33·여·대구 동구 동호동) 씨는 "옥상에서 옷을 널 때마다 빨랫줄을 닦아야 하고 지난 여름에는 창문 한번 열어놓지 못했다."며 "5년 전 집을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빌라에 사는 신경섭(60) 씨도 "너무 시끄러워 바깥창을 이중창으로 바꿨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시내버스들이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늘 사고에 대한 위협도 느낀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구 수성구의 한 버스회사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으로 학교 반경 200m까지 학습, 보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돼 있지만 버스차고지와 한 초교와의 거리는 3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인근 주민 김모(37·여) 씨는 "주민들이 해당 구청과 버스회사에 차고지를 옮겨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맑은 새벽 공기는 고사하고 매연이 너무 심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버스회사도 울상
도심에 차고지를 둔 버스회사들도 민원에다 경비 및 사고 부담으로 울상이다. 공영주차장만 있으면 먼 거리 공차 운행이 줄어 경비 부담도 크게 줄이고 각종 문제들도 한꺼번에 해결되지만 조성 사업이 미뤄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시내버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한 운전기사가 이른 새벽 가스 충전을 위해 과속으로 달리다 전복사고를 냈다."며 "이는 수 십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충전소에 몰려들기 때문으로, 가스 충전이 되는 공영주차장만 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시 공영주차장 6곳 중 천연가스 주유소는 한 군데도 없다. 한번 주유하기 위해 40km를 왕복해야하는데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선이 바뀌면 공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차고지를 이전해야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래저래 손해라는 것.
이광일 버스운송사업노조 대구지부장은 "서울시는 앞으로 5년 안에 모든 버스회사들이 공영차고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 차고지도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영차고지를 시 외곽에 조성하면 주민 불편도 줄고 운행이 정상화돼 경영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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