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미로 시작해 '전국 최강' 달성…경북고 검도부

"내년에도 전국 최강을 향해 달릴 겁니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소년들이 쉴 새 없이 마루바닥을 오가며 죽도를 휘둘렀다. 얼굴에는 땀이 맺히지만 기합을 넣는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들은 경북고 검도부(감독 박건수) 부원들. 올해 제48회 춘계 중고 검도대회, 제9회 대구대총장기 대회, 제87회 전국체전 고등부 단체전까지 3개 전국 대회 단체전 우승이라는 대활약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거둔 성과가 더욱 빛나는 것은 13명 부원 대부분이 일반 도장에서 취미 삼아 검을 잡았다가 고교 입학 후에야 본격적인 선수로 뛰기 시작했기 때문. 박 감독이 대구시내 검도 도장을 돌아다니며 눈여겨 본 끝에 발굴한 이들은 운동시간과 훈련 강도에서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했던 또래 선수들에 비해 한참 못 미쳤지만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그 간격을 메웠다.

특히 장만억, 현기진, 윤일상, 송영진 등 2학년 '4인방'은 검도부 전력의 핵심. 올해 고교 상비군 선발대회를 통해 이들 넷은 고등부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한 학교에서 4명이 상비군에 든 것은 고교 검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주장 장만억은 192㎝의 장신. 키가 큰 덕분에 긴 팔을 이용한 공격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 동작이 반복되는 기초 체력훈련이 제일 힘들다."면서도 "검도에 내 모든 것을 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홉살 때 처음 검을 잡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검도에 재미를 붙여 검도부에 들었다는 현기진. "어릴 때는 재미가 없어 부모님 몰래 도장에 가는 것을 빼먹기도 했다."면서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자신을 위해 훈련에 집중한다."며 웃었다.

윤일상은 몸이 약해 부모 손에 이끌려 검도 도장을 찾았다. 고교 입학 전까지 몇 번 소규모 대회에 나가봤지만 훈련 강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학교 검도부 출신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대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며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건강도 찾게 되니 일석이조"라고 전했다.

올 중학 선수들이 거의 없는 까닭에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많지만 이들은 내년에도 전국 검도계를 놀라게 할만한 성과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경북고 출신 검도 동우회는 19일 모교를 방문, 올해 뛰어난 성적을 올린 후배들과 친선시합을 갖고 격려할 예정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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