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프로농구의 그라운드와 코트를 뜨겁게 달구는 치어리더. 슈퍼모델을 능가하는 팔등신 몸매, 미스코리아 뺨치는 미모, 화려한 춤솜씨, 넘치는 끼와 열정…. 치어리더는 더 이상 경기장의 감초가 아니다. 없어서는 안될 당당한 주연이다. 여름에는 야구장에서, 겨울에는 농구장에서 선수, 관중과 함께 울고 웃는 '경기장의 여신'인 치어리더를 만났다.
지난 15일 오후 5시 대구체육관. 대구 오리온스와 원주 동부와의 경기를 두 시간 앞둔 시간. 대구 오리온스 치어리더들이 율동을 맞추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율동이 끝날 때마다 "힘들다."며 바닥에 주저앉지만 다시 음악이 흘러나오면 동작은 더 격렬해진다.
연습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하루 평균 5시간. 현재 대구지역 치어리더단은 삼성 라이온즈의 '블루팅커스'와 대구 오리온스의 '레크맨'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 응원을 펼치고 겨울에는 농구 응원을 한다. 틈틈이 기업체 체육대회와 대학축제, 지역 축제에도 참가한다. 힘들어도 화가 나도 아파도 마냥 웃어야 하는 일이기에 육체적 피로만큼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농구의 경우 한 게임당 13~15개의 율동이 필요하고 야구의 경우 20개가 필요하다. 격하게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부상을 피할 수는 없다. 발목을 삐는 일은 부지기수. 단상에서 미끄러지는 적도 많다.
역시 경기는 이겨야 응원할 맛이 난다. 치어리더 역시 선수 못지 않게 승리를 원한다. 격렬한 동작으로 바지가 찢어진 기억은 아찔하다. 짖궂은 관중들도 많다. 술을 마시고 단상에 올라오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치마를 입었을 때 밑에서 사진을 찍거나 레이저를 쏘는 관중들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하다.
치어리더단의 막내인 이지영(22) 씨는 이날 게임이 5번째 게임. 치어리더를 시작한 지 두달 반 정도 됐다는 이 씨는 동작이 자꾸 틀려 꾸지람을 받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씨는 "예전부터 동경했던 치어리더가 막상 되고 보니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을 하고 있던 노숙희(26) 씨는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도 항상 웃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면서 "술취한 관중이 단상에 올라와서 바지를 벗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보수는 적다. 한달 평균 70만~80만 원선. 베테랑 치어리더도 월 수입이 150만~200만 원에 불과하다. 돈보다 치어리더가 좋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치어리더단의 맏언니는 김순희(27) 씨. 175cm의 늘씬한 키에 화려한 춤으로 인기가 높다. 팬카페에는 2천여 명이 가입돼 있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 꿈이 백댄서와 슈퍼모델이었다. 교내에서 춤실력이 뛰어났던 김 씨를 선생님과 친구들이 추천해 치어리더 오디션에서 선발돼 7년째 일하고 있다. 김 씨는 "치어리더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면서 "경기를 보러 왔다기 보다 즐기러 왔다고 생각하고 응원을 할 때 많은 호응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