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제 나무의 거름된 낙엽, 아버지 닮았네

지금도 나의 고향집 마당에는 내 나이보다 더 나이가 많은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집안의 종손인 아버지께서 태어나시던 해 기념으로 심은 나무라고 한다. 어느 해 가을 아버지께서는 그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그러셨다.

"낙엽은 참 아름다운 것이지. 이제는 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야. 아니지.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썩으면 또다시 제 나무의 거름이 돼지." 그때는 나이가 어리던 탓인지 그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그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아버지께서도 저 낙엽처럼 살다 가셨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을 흘리곤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어도 한 잎 낙엽의 의미도 예사롭게 넘기지 않으셨던 아버지 생전의 자취는 여전히 내 삶에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김없이 이 가을에도 아버지의 나무에서 말없이 낙엽이 지고 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을 되뇐다. 아이들은 그 말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고개만 끄떡인다.

정현조(대구시 북구 산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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