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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두 번째 시집 낸 한광섭 삼성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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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달걀처럼/빈 깡통처럼/툭!/차버리면/얼마나 상쾌할까/이 놈의 지구/내 삶의 시청률은 얼마나 될까/앞에도 없고/뒤에도 없다/앞에도 있고/뒤에도 있다'('호접몽')

한광섭(사진) 삼성 기획전략실 상무가 최근 두 번째 시집 '미운이 누구냐고'(천우 펴냄)를 펴내 화제다.

'살벌한' 풍토의 대기업의 '핵심 간부'가 시집을 낸 것이 이색적이다. 한 상무는 "문학적 소양은 이제 사회적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한 상무는 지난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20년 넘게 홍보 및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낸 '광고맨'이다. '우리의 대표 브랜드, 삼성'과 '함께 가요 희망으로'가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교 1학년 때. 그때 처음 습작을 한 이후 꾸준히 시를 써오고 있다.

지난 2001년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필명은 '한온(寒溫)'이다. 시 '호접몽'처럼 대척점을 통해 문학적 은유를 보여주는 필명이다. 차가운 곳에서 본 따뜻함이랄까, 아니면 그 중간에 제자리를 잡겠다는 뜻일까.

등단 후 20대부터 써 온 시를 묶어 2001년 첫 번째 시집을 냈다. '그 시간들의 풍경'(천우 펴냄). 30년 가까운 시작(詩作)의 또 다른 출발점인 셈이다.

"두렵고 떨렸지만, 내 시집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어느 순간보다 뿌듯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20대의 거친 욕망에서 한층 순화된 느낌이다.

'억겁의 빛에서/바람 일렁거리고/시간의/잔해들이 끝없이 쌓여간다/...'(업.1) '너를 다 태워/빛으로 사라지지 마라/그냥/오롯이 양초로 있어 다오/눈부신 네 모습에/나는 너를 볼 수가 없다/...'('양초') 등 일상에서 본 대상물들에 대한 따뜻함과 성찰이 잘 묻어난다.

한 상무는 "감각에만 매달린 현대 젊은이들도 시의 정서를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문학의 저변이 확대돼 직장인이 시를 쓰는 것도 생소하게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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