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문인을 비롯해 화가, 음악인 등 대구의 예술인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 '어느 멋진 순간' 시사회를 가졌다. 각계 문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감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들에게 영화의 짧은 평을 부탁했다.
▲ 최영은(대구예총 회장)=와인 같이 신선한, 축제같은 영화. 여러 가지 바쁘고 지친 상황에 놓은 나에겐 정말 좋은 영화였다. 스크린 앞에 앉을 때 처음엔 피곤해서 영화가 눈에 들어올까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져드는 느낌. 지금의 계절과도 잘 맞다. 늦가을 타고 있어 그런지 나에겐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다.
▲ 이상원(시립극단 단장)=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 대사가 아주 좋았다. 감독의 의도가 치밀한 구성 하에 짜임새있게 드러난다. 인생을 관조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강현국(시인·대구교대 총장)=속도감있게 잘 만들었다. 현대 생활에 황폐화된 인간이 자연을 통해 구제받는 과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허창옥(수필가)=사랑이 아프거나 슬프지 않게 그려진다. 한 사람의 속물이 자연에 묻히면서 인간적인 가치로 돌아서는 것이 아름답다. 어린 시절과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잃었던 것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면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와인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좋은 정보였다.
▲ 차규선(화가)=영화를 보고 나니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떠올랐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영상도 아름다운 영화.
▲ 공정옥(치과의사)=하루하루를 전쟁같이 보내는 나에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영화. 펀드 매니저의 주인공이 요즘 우리나라의 각박한 현실과도 비슷하다. 사랑도 찾고 추억도 찾는 주인공의 모습이 좋았다.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 러셀 크로와 동갑이라 더욱 편안하게 본 것 같다. 포도밭 전경이 아름답다.
▲ 장정옥(소설가)=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프로방스의 전경이 화면을 가득채우는 순간 "와인잔을 흔든 다음 그대로 두면 얇은 막이 여자의 눈물처럼 흘러내린다"는 소설의 첫 구절이 떠올랐다. 유년의 뜰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곱게 풀어가는 사랑은 오래 삭은 와인처럼 그윽한 향기를 뿜으며 다가와 영화 보는 내내 몽상에 젖어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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