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 최후의 안전지대로 불리는 특별피난계단의 제연설비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다수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제연설비가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데다 아파트사업자들도 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며 아파트관리사무소도 이에 대한 관리를 아예 포기하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실태조사 및 점검 등에 나섰지만 관련 장비 및 전문가 부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 따르면 송풍기가 설치돼 있는 국내 3천756곳의 아파트 중 송풍기에 바람을 넣는 급기스위치가 아예 꺼져 있거나 연 1회 점검도 받지 않고 있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은 '압력'으로, 과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연기가 날아오는 곳과 특별피난계단의 압력차가 40~60Pa(파스칼:기압의 단위)로 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 부족으로 10Pa에도 못미치거나, 반대로 수 백Pa를 넘어 무늬만 송풍기가 대다수라는 것.
또 송풍기가 제대로 작동된다해도 압력차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복도 방화문을 주민들이 항상 열어 놔 실제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우려가 높다. 한 소방 전문가는 "2000년대 이후 소방 점검 주체가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점검이 대충 이뤄지고, 주민들도 아무 생각없이 방화문을 열어두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11월 한 달 동안 아파트 제연설비에 대해 전면 실태 조사를 실시해 불량시설물들을 개선·보완하는 한편 내년 2월까지 검증받지 않은 제연설비에 대한 일제단속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풍속 풍압계, 절연저항계 등 관련 장비를 제대로 갖춘 소방서가 드물고 대구에서는 제연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어 소방점검이 크게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제연설비까지 점검하기가 힘들다는 것.
지역 소방서 담당자들은 "여러가지 현실적 이유로 아직까지 단 한 건의 현장 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행정 점검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의 인식 전환과 자체 감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특별피난계단=화재에 대비, 계단 입구에 달린 제연설비가 연기를 밀어내 아파트 주민들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지키는 곳. 제연설비로는 화재가 발생하면 바람을 뿜어내는 송풍기가 일반화돼 있고 16층 이상 모든 고층아파트는 반드시 특별피난계단용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