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전 협정

서양 역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전쟁 중 하나가 百年戰爭(백년전쟁)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이 전쟁은 휴전'속전을 거듭하면서 1337년부터 116년간 斷續的(단속적)으로 싸움이 계속됐다. 명분은 프랑스 왕위 계승이었으나 실제는 영토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잔 다르크도 이 전쟁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반도의 비극인 한국전도 50년 넘게 휴전 상태로 고착된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안보협력과 이에 상응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유인책의 하나로 정전상태인 한국전의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백악관이 밝힌 것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 목록 중에는 한국전 종료 선언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발발 1년 만인 1951년 7월 처음 정전회담이 열렸다. 벌써 반세기 전 일이다. 정전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戰場(전장)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됐고 수많은 인명이 死線(사선)을 넘나들었다. 53년 7월 27일 미국과 북한, 중국이 조인 당사자로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휴전상태로 종료된 것이다.

○…휴전 이후 한반도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로 이어졌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전협정은 평화를 보장할 수 없는 '빈 종잇장'에 불과하고 제2의 6'25를 막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 새로운 평화보장 체제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은 남한과 미국이 北侵(북침)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껴온 것이다. 김일성 부자 독재 체제의 이런 불안은 기어코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중'고교 시절 우리 역사교과서는 停戰(정전)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가르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반도가 잠시 전쟁을 멈춘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이번 한국전 종전에 대한 언급은 만약 실현될 경우 北核(북핵)이라는 위기에 빠진 한반도에 새 전기가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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