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경기에 돈 넘쳐도 속수무책이면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서민들은 살림이 더 쪼들린다고 아우성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400조대에서 지난 9월말 현재 529조 원으로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명목소득조차 줄었고 차상위 20%도 실질소득이 줄었다. 개인파산신청자 수는 올해 사상 처음 10만 명을 넘어 11만~1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불경기에 서민 살림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칼날 위에 선 형국인데도 이 정부의 대처가 束手無策(속수무책)이란 점이다. 안이하게 대처하다 뒤통수를 맞은 부동산대책을 비롯해 현안마다 쩔쩔매고 있다. 엄청난 부동자금이 부동산과 증시로 흘러 다니며 구정물을 만들어도 '거품론'만 전파하며 수수방관하다 시장에 당했다.

과도한 가계 부채는 소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한 대출금을 갚느라 쓰려야 쓸 돈이 없는 것이다. 가계 부채가 국내 총생산(GDP)의 65% 수준인 545조 5천억 원에 이르는데도 정부는 집값이 폭등한 뒤에야 대출규제에 나서는 등 失期(실기)로 인해 그나마 남은 정책수단마저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정부의 無能(무능)으로 그치면 다행이나 일본과 중남미 국가가 겪었던 장기불황의 고통을 겪어야할지도 모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동산값 폭등, 저금리에도 부진한 설비투자, 교역조건 악화, 내수와 고용부진 등에 대한 打開策(타개책)은 이미 제시돼 있다. 기업경영환경 개선, 대외개방 확대, 서비스산업 육성, 신성장 동력산업 발굴 등이다. 그러나 선순환 구조 구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合心(합심)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과 능력이 요구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뒷북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 대응과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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