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마이크로크레디트 확산과 과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소액의 대출과 여타의 지원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말한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가 일부 존재하였지만 보다 근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은 대체로 1976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의 경제학교수인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인근의 농촌 마을을 조사하던 중 농촌지역의 빈민층이 게으르기보다는 소액의 초기자금 부족으로 인해 열심히 일하고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담보나 신용이 없어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었고 대부분 고리대금업자의 착취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에 유누스 교수는 마을 전체 가구 중 42가구가 빈곤을 벗어나는데 단지 2만 7천 원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사재를 털어 자금을 지원한 것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1976년부터 79년까지는 대학부근의 마을 및 주변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었으며 79년부터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83년에는 특별법에 의거 정식은행으로 전환하였다. 유누스 교수는 이때 교수직을 사임하고 이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이 은행의 총재로 일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대출종류는 소득창출대출, 주택자금대출, 학자금대출, 걸인대출 등의 네 가지로 지금까지 600만 명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줬고 회수율도 90%에 달하고 있다. 자금조달을 보면 과거 기부금 의존방식에서 차입금 또는 예수금 등에 의한 자체조달로 전환되어 독자적인 영업기반이 더욱 확고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95년 이후 추가적인 기부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현재는 자금조달에서 잔액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라민은행의 취지에 공감하는 개인, 단체, 기관 등의 기부금은 89년 설립된 그라민 트러스트를 통해 받고 이 돈은 국외로 지원되고 있다. 수익상황을 보면 설립 이래 1983년, 91년 및 92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3년 이후 흑자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그라민은행식 융자모델이 현재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58개 국가에 확산되어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빈민층을 대상으로 자영창업지원사업에 지원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근로빈곤층의 금융소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층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담보와 보증을 제공하기 어려워 대출서비스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금융소외계층에게도 금융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의 경우 담보요구가 없는 대신 5명의 차입 예상자들을 하나의 소그룹으로 구성하고 2명에 일차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구성원은 규정준수 여부를 감시한다. 6주 이상 일차 차입자가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경우 나머지 2명 및 1명의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자금을 차입하게 된다. 둘째는, 대출 등의 금융지원 외에 통합적인 서비스의 제공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공공 창업지원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창업지원과 관련하여 제한된 서비스만을 제공하는데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근로빈곤층에게 자금뿐만 아니라 정보 및 경영기법, 기술 등의 사전 및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원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면 실업자에게 자영업의 기회나 직업훈련을 제공함은 물론 생활관습 개선, 자녀교육 증진, 기초체력 향상 등을 위해 16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하여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자선사업의 차원을 넘어 수익을 올림에 따라 월스트리트의 투자펀드와 시티은행, 도이체 방크 등의 세계적인 대형은행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민운동차원에서만이 아니고 금융 사업의 한 분야로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의 투자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소액융자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서비스에 대한 수요형태가 각 나라의 차입자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면밀한 분석과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안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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