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하는 국내 저예산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한국영화계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23일 개봉하는 '삼거리 극장'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며 관객들에게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제10회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호평받았던 '삼거리 극장'은 색다른 시도와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 것. 유명 배우가 없다는 사실도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듯하다. 유명세 대신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 '노래가 되는' 배우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삼거리 극장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혼령들과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내용의 본격 뮤지컬 영화. 코믹, 호러, 판타지 등 각종 장르를 혼합한 것이 특징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소녀 소단(김꽃비)은 활동 사진 보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할머니를 찾아 낡아빠진 삼거리극장으로 들어선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매표소에 직원으로 취직하게 된 소단은 어느 늦은 밤 느닷없이 혼령들을 만나게 된다. 낮엔 극장 직원들이지만 밤에는 혼령의 모습으로 삼거리극장에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치는 에리사(박준면), 모스키토(박영수), 완다(한애리), 히로시(조희봉) 네 명의 혼령들. 소단은 이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기괴하고 퇴락한 꿈의 공장 같은 삼거리극장에서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짜릿한 쾌감을 만끽한다.
한편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우기남(천호진) 사장은 소단을 보며 그의 고통스러운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경계한다. 사장의 고통은 심해지고 극장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소단은 혼령들과 극장을 구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 영화는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로 완성돼 저예산 영화로 꼽힌다.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동성애) 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개봉 전 해외 판권과 케이블TV 등 선판매를 통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회수해 작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상영돼 전회 매진 사례를 기록했던 이 영화는 부잣집 아들과 게이 호스트의 로맨스를 다뤄 퀴어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왕의 남자', '메종 드 히미코', '브로크백 마운틴' 등 퀴어 영화들이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퀴어 영화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 시골 고아원에서 자란 수민(이영훈)은 서울에서 대리운전과 공장생활을 마다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어느 날 부잣집 아들 재민(이한)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해 마음이 흔들린다. 게이 호스트 바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은 점점 깊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세 번째 영화'도 주목할 만한 저예산 영화.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우리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잠수왕 무하마드'(감독 정윤철), 전기료 체납으로 단전돼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로 사망한 소년소녀가장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녀가 사라졌다'(감독 김현필), 가정에서 불평등하고 고정된 남녀의 역할을 지적하는 '당신과 나 사이'(감독 이미연) 등 총 여섯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대구 예술전용관 동성아트홀에서 상영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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