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계산성당서 정호승 시인 詩 강연회

"밤 하늘의 달이 한 편의 시이듯 사람은 제마다 한 편의 시이죠"

"시(詩)는 삶을 성찰하게 하고, 삶을 위안하며,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합니다."

22일 오후 7시 30분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 계산성당 설정 120주년 기념 대강좌에 초청돼 '시를 발견하는 기쁨'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정호승(56) 시인은 "밤 하늘의 달이 한 편의 시이듯, 사람은 제마다 한 편의 시"라고 했다.

시인은 대구 신천동에 거주하던 학창시절, 어머니가 신천시장에서 사 주던 무지개떡을 떠올리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무지개떡을 먹으면서 '무지개'도 함께 먹었다고 했다. 그것이 곧 시였다는 것이다.

"시를 통해 신의 사랑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프란치스코)이기도 한 시인은 400여 명에 이르는 신자와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시노래를 들려주며 시와 삶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시인은 '그는' '시인예수' 등의 시를 특유의 미성(美聲)으로 읊조리며 "예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이요 비유의 천재"라며 "모든 사람을 모두 시인이게 한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봄길'이라는 시를 절절한 대금 전주에 이은 가수 이동원의 목소리로 들려주며 시와 노래를 통한 참된 삶과 신앙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이 끝난 뒤에야 사랑을 깨닫는 게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시인의 탄식에 강연장인 계산성당 장내가 한결 숙연해지기도 했다.

시인은 '수선화에게'란 50대 초반에 쓴 시를 낭랑한 음색으로 낭송해 다시 박수를 받았는데, "외로우니까 사람이고, 그래서 인간은 날 때부터 종교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늘'과 '눈물'을 핵심어로 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피아노 선율에 실은 노래로 들려주며 시와 노래와 신앙이 하나임을 되새겨주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시인은 '밤의 십자가'란 시를 통해 노숙자의 모습을 한 예수의 형상을 클로즈업시키기도 했다. "신의 말씀 가운에 있는 시를 읽읍시다."란 말을 남기고 총총히 성당문을 나서는 시인의 등 뒤로 늦가을 여윈 가지를 스쳐온 밤바람이 훈훈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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