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광주'전남 노사모 회원을 청와대로 불러 가진 비공개 간담회 내용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유출 소동의 전말도 가관일 뿐더러 당시 대통령의 발언도 요령 부득이다. 무엇보다 保安檢索(보안검색)이 삼엄할 장소에 버젓이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 경호실 제지도 무시한 채 대통령 발언을 1시간 가까이 녹음했다는 자체부터 혀를 차게 한다. 청와대가 그렇게 허술하나. 그것도 脫(탈)권위인가. 청와대를 제집 안방처럼 여기는 노사모의 특권의식을 보는 것 같다.
이런 逸脫(일탈)행위를 싸고도는 청와대 또한 이상하다. 보통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유출 파문이 일면 당연히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을 법한데 청와대는 '악의적이거나 명예훼손 의도가 없어 위법행위는 아니다'는 말로 끝냈다. 몰래 녹취한 내용을 세상에 퍼뜨릴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으니 가능했던 셈이다. 유출 경위를 둘러싼 노사모 내부의 책임 공방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도 무슨 조화인지 알 수 없다.
발언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심사는 여전히 세상에 대한 울분과 적개심으로 차 있다. 그는 '정치언론'에 대한 개혁을 퇴임 후에도 손 놓지 않겠다는 투로 언론을 향한 攻擊性(공격성)을 드러냈으며, "내 재임 중에도 386세대와 노사모가 박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누가 권력을 잡고 있는 세상인지 헷갈리게 하는 소리다. "노 정부에 포진해 있는 20여 명의 386정치인은 한국 정치에 분열을 일으키고 경제를 둔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 보도다. 이것도 물정 모르는 악의적 오보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친위그룹을 불러놓고 "정치'경제'사회 중 빨간 불이 켜진 곳은 없다"고 자화자찬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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