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영화배우 신성일은 1962년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의 주연에 발탁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은막을 주름잡던 신영균 김진규 최무룡과는 또 다른 출중한 미남스타 출현에 영화팬들은 열광했다. 그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맨발의 청춘'이 관객 23만 명을 동원, 빅히트를 기록한 1964년 한 해, 그가 주연한 영화는 무려 65편에 달했다.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힘든, 전설적인 기록이다.
○…단연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가 입은 옷과 매너가 유행하고 그의 목소리를 대신한 성우 이창환의 특유한 억양 또한 유행을 탔다. 영화 속 환상의 커플이던 엄앵란과의 결혼식 또한 '세기의 결혼'이라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두 청춘스타의 결혼에 대해 일반적인 시각은 "얼마나 가겠나"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그런 우려를 깨끗하게 불식시켰다.
○…알뜰한 아내로 소문난 엄앵란은 지난 7월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구속돼 있는 남편 강신성일을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호소였다. 엄앵란은 "남편은 일흔의 나이로 앞으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도 한나라당을 사랑한다"며 "자격이 못 미치더라도 아내의 처지로서, 가족으로서 감히 부탁 드린다"고 눈물 어린 호소를 했다.
○…정치를 하면서 원래의 성을 찾은 강신성일은 16대 국회의원 시절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옥외광고물 업자들로부터 1억 8천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가 영어의 몸이 된 지 2년이 다 돼간다. 당대의 화려한 절대스타였던 그는 싸늘한 감방에서 무엇을 곱씹고 있을까. 그와 같은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은 아직도 '재판 중'에 있는데.
○…최근 국회에서 신성일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이 있었다. '영화인 강신성일 구명을 위한 탄원서'서명운동은 16대 국회에서 신성일과 같이 문광위에서 활동했던 정진석 의원이 주도했다. 탄원서는 "강신성일 전 의원이 한국 영화'문화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하고 그의 사회적 공헌과 고령의 나이를 감안해 관용이 베풀어지기를" 호소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도 아니고 대구'경북 출신도 아니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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