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포항공단, 한국의 실리콘밸리·철강신화 '재도약'

'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공단과 '제철 신화'의 포항공단이 IMF의 모진 한파를 넘었다.

IMF 10년을 거치면서 대구·경북의 많은 기업이 스러졌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하지만, 지역 산업계의 중추기업들은 새벽부터 굴뚝에 불을 지핀 덕택에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산업과 LG 디스플레이 산업은 구미의 대표적 효자기업으로 세계로 뻗고 있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포항의 뚝심을 대변하며 철강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세계적 IT 수출도시로 우뚝선 구미. 그 뒤에는 삼성 애니콜과 LG 디스플레이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서 있다.

꼭 10년 전인 1996년 구미 2사업장을 준공한 뒤 세계적 브랜드 '애니콜' 생산을 시작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중국, 미국, 남미, 유럽을 휩쓸고 있다. 삼성전자가 1초에 3대, 하루 30만 대를 생산하는 휴대전화는 세계인들의 부와 신분 상승의 잣대로도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지난해 국세 1천120억 원을 납부해 구미공단 전체의 36%를 차지했고, 노동자 인건비로 4천200억 원을 지급했다.

구미공단은 또 '디스플레이 산업의 허브(Hub)'로 불린다. 여기에는 LG전자, LG필립스디스플레이, LG필립스LCD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TV와 컴퓨터 모니터 4~5대 가운데 1대는 구미에서 생산한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인 동경상공리서치(TSR)가 구미공단 디스플레이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PDP는 LG전자가 23%, 브라운관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27%, LCD는 LG필립스LCD가 20%로 나타났다.

30여 년 전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아래 '수출만이 살 길' 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른 새벽부터 굴뚝에 불을 지폈던 구미공단이 그동안 IMF와 환율·유가 파동 등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적 IT 수출도시로 성장한 것. 그 결과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수출과 생산액 1위, 주민소득 1위의 영광을 안게 됐다.

포항 철강신화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고부가가치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IMF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스테인리스 등 고급강 위주로 생산시스템을 맞추고, 중국 베트남 등지에는 중·저급강 체제로 운영하면서 시장 요구에 적극 대처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또 중국과 인도 등 성장일로에 있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철근 생산라인 일부를 폐쇄하고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달 당진 일관제철소를 착공하고, 최근 대졸사원 200여 명을 공채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포항과 당진 양대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포스코 전유물로 여겨졌던 후판 생산량을 늘렸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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