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1주년 맞은 수성문화원 류형우 원장

"도시형 문화원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개원 1주년을 맞은 수성문화원 류형우 원장(사진)은 "시·군 지역에 비해 대도시 자치구는 문화적 정체성과 동질감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역민의 삶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에 문화를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 도시형 문화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겨우 한 살밖에 안됐지만, 수성문화원의 지난 한 해는 무척 분주했다. 시인 고은 선생과 소설가 김주영 선생 초청 특강을 비롯해 음악회와 각종 전시회 등 매달 적게는 2~3회에서 많게는 4~5회씩 행사들이 잇따랐다.

수성문화원을 이끌어가는 80여 명의 고문들(자문·운영·기획 위원포함) 열정이 남다른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구의 대표적 자치구로 자부하면서도 변변한 문화활동이 없었던 지역민들의 욕구가 끊임없이 분출한 탓이기도 했다.

"대구의 8개 구·군 중에서 문화원이 없는 곳은 수성구가 유일했습니다. 교육과 주거환경 등 최고의 자치구를 자부하면서도 문화원이 없다는 것은 어딘가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류형우 원장이 생뚱맞게(?) 1년 전 수성문화원 설립에 적극 나선 것은 "수성구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나름의 신념과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만큼 류 원장의 문화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남달랐다.

10년 넘게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도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대구맥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섹스폰을 배우는 데도 열중했을 뿐만 아니라, '정선아리랑을 사랑하는 모임'으로도 활동 폭을 넓혔다.

문화에 대한 류 원장의 관심은 특정분야에 집중되어 있다기 보다 전반적이고 다채로웠던 셈이다.

"문화는 혼자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갖춘 문화동지가 필요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 80여 명이 수성문화원의 고문과 자문·운영 위원 또는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다행스럽습니다."

류 원장은 "문화동지들의 희생적 노력에다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곁들여지고,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수성구는 명실공히 '명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성문화원은 단순한 문화·예술 행사의 나열이 아니라 '메시지가 있고 시대정신을 담는 문화활동을 펼친다.'는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 대표적 행사가 올해 8월에 연 '상화시인과 함께하는 2006 수성여름예술축제'. 이상화는 대구가 낳은 대표적 저항시인이지만 그동안 그의 삶과 문학을 계승·발전시키려는 지역의 노력이 미흡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경제침체로 인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상화 시인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성문화원은 앞으로 상화문학제를 만해축전이나 영랑문학제를 넘어설 수 있는 대구의 대표적 문학제로 발전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수성못과 월드컵경기장·고모령 등은 시민들이 자연스레 모이면서 대구의 전통이 숨어있는 곳. 이처럼 수성구의 전통있는 곳을 문화지구로 한단계 더 높이는 작업 또한 수성문화원의 사명이다. 효를 노래한 '비내리는 고모령'의 전통을 이어 내년 여름축제는 '어머니'를 주제로 기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성문화원의 의욕은 설립 1주년을 맞아 '수성문화'의 창간으로 이어졌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수성문화소식지와는 별도로 수성구의 문화적 연대감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당이면서 수성구의 문화·예술을 담는 큰 그릇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은 지역민간 공감대의 확산과 참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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