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캔버스를 뛰쳐나온 현대미술에 있어 공간은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작품에 맞는 공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특정 공간에 맞춰서 작업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니엘 토로니·이기칠 등 전시장 공간에 기반한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신라에서 다시 한 번 공간과 대화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0일까지 갤러리 신라(053-422-1628) 공간을 채우는 것은 일본인 조각가 '마루야마 도미유키'의 작품이다.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루야마의 사암(砂岩) 작품은 큰 공간을 혼자 떠받치려는 듯 홀로 놓여있다. L자 혹은 1자 형태로 깎인 작품은 너무나 얇아 그 존재감을 인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그의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mass)로서 물성이 있고 전시 공간과 알듯 말듯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마루야마의 작품은 덧붙여 '형태'에도 의미가 있다. 맘대로 아주 얇게 깎을 수 있는 사암이 그가 쓰는 재료. 마루야마는 정을 들고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태까지 얇게 깎아 L자 혹은 1자의 사암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시작부터 특정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는 않는 마루야마의 작품은 '무수의 무작위의 손'이 조각에 힘을 부여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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