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도 일하고 싶다"…신용불량자 '고용 불안'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3천만 원의 빚을 진 A씨(33·여·주부)는 최근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라는 멍에가 두려웠지만 현재로선 도저히 빚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 일자리만 얻으면 매달 조금씩 빚을 갚는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살림만 해 온 그녀에게 일을 주겠다는 업체는 찾기 힘들었다. 10곳이 넘는 업체의 문을 두드린 뒤에야 그녀는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했다. A씨는 "신용불량자라는 말만 꺼내도 인사 담당자들이 외면했다."며 "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쉽지 않지만 끝까지 버텨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재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자리를 못구하고 있다. 일자리를 원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개인워크아웃 등을 통해 신용불량 '딱지'를 떼려면 일자리가 필수지만 취직이 어렵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열악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어서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취업안내센터에 접수된 취업 상담 건수는 올해 10월말 현재 6천533 건으로, 지난해 전체 4천551건에 비해 30.4%나 늘어났다. 이 센터가 처음 문을 연 지난 2004년의 443건에 비하면 무려 14배나 늘어났지만 실제 취업한 사람은 올해 415건을 포함, 지난 3년간 전체 상담 건수 1만1천512 건 가운데 0.6%인 761건에 지나지 않았다.

취업률이 낮은 것은 구직자 중 상당수가 30, 40대로 취업 적기를 지난데다 전문 자격증 등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신용회복 지원을 받게 되면 신용 불량 정보는 없어지지만 '신용회복 지원 중'으로 기록돼 업체들이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일용·노무직으로 구직자가 몰려 이직률이 높고 고용 불안 상태도 계속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취업안내센터를 찾았다는 B씨(54)는 "개인워크아웃중 중 갑자기 실직을 당해 매달 80만 원이나 되는 변제금 갚을 길이 막막하다."며 "노인취업박람회를 찾기엔 젊고 일반 직장을 갖기엔 나이가 많아 도무지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규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장은 "신용회복 지원을 받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의 경우 서울보증보험에서 1인당 2천만 원까지 보증을 해주고 있고 보증 사고율도 높지 않은 편"이라며 "대부분 어렵게 직장을 얻은 만큼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기업체의 인식 변화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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