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역시 차분하면서도 강했다. 박 전 대표는 23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대권 행보와 관련, 처음으로 본지와 공식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박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소신과 정책 비전을 분명히 했고 대구·경북 발전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 정부에 대해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정책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짚었다. 인터뷰 내내 정권 재창출을 수십번 강조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투사(鬪士)적이었다.
◆개인 자질
▷대선 주자로서 정책과 비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2년 3개월간 당 대표를 맡으면서 정책 정당을 표방했고, 많은 정책을 만들어 냈다. 정당 사상 최초로 대국민 약속 실천 백서까지 만들었다. 정책 실천에 있어서도 야당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적잖은 성과도 만들어 냈다. 인기, 과시가 아닌 정책 정당의 대표로 그 소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정책들이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또 이 때문에 정책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분명한 것은 정책만 생각해 왔고,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던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임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지도상을 가져야 하나?
신뢰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강한 리더십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나온다.
현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못받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교육, 부동산, 대북(對北) 등 각종 정책에서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국가 지도자는 사심을 버리고 자신을 국가에 던져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사심을 가지면 끝없이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가 된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여성, 남성 구분이 중요하지 않고 자질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국가를 잘 이끈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엄청난 변화이다. 우리나라가 유익한 쪽으로 될 것으로 믿는다. 막연히 여성이 약하다는 편견은 이제 시대상에 맞지 않다. 여성은 강하며, 특히 위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깨끗하고, 강하고 합리적인 여성상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기도 하다.
▷지역구(달성군)에 소홀했다는데.
다른 의원에 비해 지역에 자주 못 갔지만 그렇다고 소홀하지는 않았다. 지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또 거의 실천했다. 특히 지역민들에게 약속한 가장 큰 공약인 정권교체는 현재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그 약속을 지키겠다. 대한민국이 살아야 대구·경북이 살 수 있다.
◆대선경선
▷당내 대선경선 방식에 대한 생각은.
전적으로 당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경선방식은 9개월 동안 50여 차례의 전국 공청회를 거쳐 당원 합의하에 만들어졌다. 심사숙고해 만든 방식을 (일부 특정인)유불리에 따라 바꿔선 절대 안되며 당원들을 흔들어서도 안된다. 공당의 원칙을 개개인이 바꿔선 안되고, 바꿀 이유와 명분이 있으면 당원 뜻에 따라 해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는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지지율이 별 의미 없다. 참고로 당 대표로 있을 때 사학법 장외 투쟁, 국가보안법 투쟁 등 옳은 일을 할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국민들이 다시 나의 판단을 이해하고 선택하더라. 올바른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반드시 믿고 따를 것으로 본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후보)검증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은 당이 단합,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이며, 개인적으로도 아직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직분에 충실하다 보니 각종 특강, 세미나 등에 응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역 경쟁 어떻게 보나?
때가 되면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누가 정권 재창출을 할수 있느냐를 지역민들이 준엄히 판단할 것이다. 검증작업도 해야 한다. 나는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나와 뜻을 같이 해주는 동료 의원들이 많은데, 나를 버리고 국민과 당만 생각하면서 바른 정치를 한 덕인 것 같다. 옛날처럼 세를 모으는 것은 구태이며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해선 안된다.
▷큰 일을 할려면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데?
주어진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원칙이며 코드인사는 안한다.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는데 학자, 전문가 그룹도 수백 명이다. 조용히 정책 조언을 해주시는데 때가 되면 발표할 것이다. 당 대표 시절 당이 없어진다는 말이 많았지만 보란듯이 당을 살린 만큼, 나라도 살려낼 자신이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론 어떻게 보나?
대선은 13개월, 당내 경선은 7개월 남았다. 대선 후보가 됐을 때 비로소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공약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반도 대운하론에 대해)찬반이 엇갈린다.
◆정책평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어떻게 보는가?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환자도 진단을 잘 해야 처방이 나오는데 부동산 정책은 진단부터 잘못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는가. 세금과 규제로만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데, 과연 결과가 그런가. 전국이 투기장이 됐고, 꼭 잡겠다던 강남은 집값 폭등사태를 불러오지 않았는가. 강제하면 안되며 시장원리로 풀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정책 하나만으로 안되고 경제, 복지, 교육정책과 연계한 국가운영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지방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현 정권은 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집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강남만 배불리고 지방과 서민들에게는 좌절만 남겼다. 지방은 오히려 세금을 올려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미분양 사태로 건설업계도 죽게 만들었다. 세금을 낮춰 지방과 서민들을 살리고 지방을 위한 국가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선?
현 정권에서 내놓은 정책이 무엇있나. 공공기관 이전이 유일하고, 지방에 권한과 예산은 주지 않으면서 말로만 지방을 살리겠다 한다. 민간이 지방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지방에 투자여건도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는 지방에 권한과 예산을 과감히 줘야 하고, 지방도 권한을 받은 만큼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또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도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선 찬성쪽인가?
무턱대고 규제를 풀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첨단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 먼저 기업들이 지방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할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투자환경을 만들고, 그런데도 여러가지 여건상 지방투자가 불가능한 첨단기업이 있다면 한국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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