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까칠'한 정신과 전문의 권영재(60)씨가 에세이집 '거리에 선 청진기'(하서 펴냄)를 출간했다.
만나자 마자 "대구가 답답해...속도 답답하고....참담해"라고 말을 뚝뚝 끊어 뱉었다. '흑싸리' '쭉쟁이' '서울의 식민도시' 등 대구의 '병리'(?)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현진건 서거정 이상화 다 대구사람이야. 그런데 어디 가서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서울에서는 현진건이 잠깐 살던 집도 찾아서 기념하려고 야단이야. 대구가 컬러풀이라고? 웃기고 있어."
'거리에 선 청진기'는 진료의 창가에서 본 대구의 모습을 70여 편의 수필에 담았다. 진솔하고 또 직설적인 필치로 사회의 병을 진단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무척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되먹지도 않은 글을 들이미는 행동도 그렇거니와 더구나 그 글을 책으로 만들어 팔겠다고 하고 앉았으니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머리말에 적고 있다.
"불평, 불만을 삭이면 병 된다. 남들도 나처럼 용감해져 보라는 의미에서 얼굴 두꺼운 짓을 해본다"고 했다.
'조폭'을 굴복시켜 '큰 형님' 소리를 듣게 된 사연에선 거침없는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정신병동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의 아픔, 무료 진료에서 얻는 행복감 등에선 의술의 휴머니즘도 잘 묻어난다.
"이 책은 무해무득이야. 그래도 대구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해."
대구에서 태어나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권 씨는 적십자병원 대구병원 원장을 거쳐 현재는 명예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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